[CEO를 위한 지혜]노자 가라사대 “싸움은 슬퍼하는 자가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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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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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과 싸우던 부모는 갈등이 서글퍼 져주지만 결국엔 자식이 머리 숙여

전쟁에서 모두가 크게 상처를 입으면 승리를 했더라도 별 의미가 없다. 노자가 전쟁의 주체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며 오히려 싸움을
 슬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사진 제공 DBR
전쟁에서 모두가 크게 상처를 입으면 승리를 했더라도 별 의미가 없다. 노자가 전쟁의 주체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며 오히려 싸움을 슬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사진 제공 DBR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들의 처절한 사투도 그 끝을 알 수 없다. 독일의 군사 이론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확대된 양자 결투’라고 했다. 결투에서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한다.

그래서인가. ‘상대방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말이 상식이 됐다. 암초를 만나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기업이 있으면, 뒷짐을 지고 상대방의 침몰을 즐기는 기업도 있다. 승리는 한쪽에는 기쁜 일이지만, 다른 한쪽에는 슬픈 일이다. 그래서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다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승리’라고 말한다.

“백전백승(百戰百勝), 비선지선자야(非善之善者也). 백 번 싸워 백 번 이긴다 한들 진정 최고의 승리라고 할 수 없다.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 선지선자야(善之善者也). 싸우지 않고 다치지 않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 가장 아름다운 승리다.”

상대방과 내가 상처받는다면 승리가 의미 없다는 뜻이다. 손자병법은 승리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가장 위대한 승리는 ‘벌모(伐謀)’다. 상대방의 싸우려는 의도를 애초부터 꺾어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뜻. 그보다 하책은 ‘벌교(伐交)’다. 주변의 외교 관계를 끊어 싸우려는 의지를 꺾는다는 얘기다. 다음 하책은 ‘벌병(伐兵)’으로 적의 병력과 전투를 벌인다는 의미다. 마지막 하책이 ‘공성(攻城)’으로 적의 성을 공격해 대규모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벌병과 공성은 이겨도 상처가 많이 남고, 승리도 오래 못 간다고 경고한다.

전쟁과 싸움은 마지막 선택이어야 한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싸움에 응해야지 먼저 공격하거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전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동양에서 이런 사상을 신중할 신(愼), 싸울 전(戰)자를 결합해 ‘신전(愼戰) 사상’이라고 불렀다.

노자는 신전을 적극 주장했다. 그가 살던 춘추전국시대는 전쟁과 경쟁이 치열해 사람 목숨이 너무나 가볍게 여겨졌다. 전쟁으로 삶의 터전인 논과 밭이 하루아침에 황폐화됐다. 이런 난세에 노자는 전쟁이 오로지 방어만을 위해서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자의 신전 사상은 두 가지다. 첫째는 싸움을 먼저 걸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절대로 전쟁의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 오로지 객체가 돼야 한다(吾不敢爲主而爲客). 한 치 앞으로 나서기보다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라(不敢進寸而退尺).” 둘째는 상대방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것이다. “상대방을 가볍게 보고 싸우려고 달려드는 것보다 더 큰 실수는 없다(莫大於輕敵). 상대방을 가볍게 보고 싸우려고 한다면 나의 모든 것을 잃게 된다(輕敵幾喪吾寶).”

공격보다는 방어를 하고, 상대방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감정을 신중하게 다스리라는 철학이다. 싸움에 대한 노자의 결론은 간단하다.

“싸움은 슬퍼하는 자가 이길 것이다(哀者勝矣)!”

이 구절이야말로 노자 신전 사상의 백미다. 부모와 자식이 싸우다 부모가 지는 이유는 슬프기 때문이다. 자식과의 갈등이 너무 슬프기 때문에 부모는 싸움에서 져 준다. 그러나 그런 부모의 슬픔이 결국은 자식의 머리를 숙이게 한다. 싸움은 잠깐의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 끝까지 가봐야 승부를 알 수 있다. 영웅은 승리를 슬퍼하는 사람이지, 승리에 도취돼 교만한 사람이 아니다. 슬픔을 갖고 싸움에 임하는 자가 결국 이긴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철학박사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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