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그림의 떡? 생각을 바꿨더니 ‘양손의 떡’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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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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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케팅 성공사례 분석

공식 후원사 되려면 비용 어마어마
‘친환경 전기차’ 특성 살려 조직위 설득
20대만 제공하고 비공식 스폰서 자격
대회 내내 브랜드 노출로 ‘함박웃음’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는 글로벌 기업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삼성과 나이키, 아디다스, 코카콜라, 현대·기아자동차 등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인종, 이념, 종교, 국경, 언어의 벽을 뛰어넘어 하나의 규칙으로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의 장점을 활용한 결과다. 문제는 돈이다. 잘나가는 스포츠 스타, 종목, 대회를 후원하려면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다. 이 때문에 많은 중소, 중견기업이 스포츠 마케팅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4호는 자원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스포츠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CT&T와 CJ인터넷의 사례를 분석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CT&T의 베이징올림픽 마케팅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되려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CT&T는 이 틈새를 비집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자사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알렸다. 물론 공식 후원사 자격은 아니었다. 고객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전기자동차라는 제품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비공식’ 올림픽 마케팅에 성공한 것이다.

CT&T는 2004년 현대자동차 출신이 주축이 돼 설립한 전기자동차 생산회사. 2005년 전동 골프용 카트를 처음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야마하, 산요, 히타치 등 일본 회사들이 국내 전동 골프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었다. CT&T는 일본 제품의 절반 정도인 1200만 원대 제품을 내놓아 시장 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2007년 도시형 전기차인 ‘e-ZONE’을 개발하고 2008년부터 본격적인 해외 승용전기차시장 개척에 나섰다.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골프장이 아닌 해외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CT&T의 브랜드 인지도는 ‘제로’에 가까웠다.

이 회사가 선택한 카드가 바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당시 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 정부는 베이징의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세계 언론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일부 국가 대표단은 서울에 숙소를 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CT&T 측은 이 점을 이용해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올림픽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지혜를 냈다. CT&T 중국 법인 관계자는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산하 올림픽공원 관리위원회와 접촉해 전기차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공식 자동차 후원사가 따로 있었지만 전기차는 공식 후원 물품에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경기가 열리는 올림픽공원 내에서 운영요원용으로 전기차를 사용하면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며 위원회를 설득했다. 친환경 이미지 강화에 부심하고 있던 위원회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협상은 쉽지 않았다. 위원회 측은 전기차 140대(약 30억 원 규모)를 요구했다. 연 매출액 200억 원 규모인 CT&T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요구였다. 공식 후원사도 아닌 상황에서 거액을 투자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공급 대수를 20대로 줄이기로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조직위가 전기차 20대를 올림픽공원 내 운용차량으로 활용하되 CT&T는 이를 대외적으로 홍보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이는 회사 규모와 역량 한계를 파악해 지나친 투자로 인한 재무적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조직위가 올림픽 엠블럼을 차량에 새겨 운용하면서 세계 60여 개국 정상과 150여 개국 선수단이 참가한 베이징 올림픽에서 브랜드가 노출되는 효과를 거뒀다. 백인영 CT&T 상무는 “베이징 올림픽 관람객들이 CT&T 차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이를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브랜드와 차량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회사가 대외적으로 이를 홍보하지는 않았지만 언론 매체들이 보도하면서 간접 홍보 효과도 거뒀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에 전기차를 공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나 고객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 한결 쉬워졌다. 전기차 업체로서의 공신력도 얻게 됐다. 지난해 방한한 영국 교통장관 일행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는지를 타진할 정도였다.

CT&T는 기존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기차라는 특수한 분야와 친환경이라는 고객의 욕구를 파악해 깐깐한 올림픽 시장을 뚫을 수 있었다. 대기업도 놓친 틈새시장을 발견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그 결과 CT&T는 해외 마케팅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2008년과 2009년 각각 100여 대와 500여 대의 전기차를 해외에 수출한 이 회사는 올해 수출 물량을 1만3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 CJ인터넷의 프로야구 후원 마케팅

온라인 야구게임 마구마구 등 인터넷 게임 사업을 하는 CJ인터넷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던 2009년 3월 과감한 스포츠 마케팅 투자 의사 결정을 내렸다. 당시 삼성이 재계약을 포기한 프로야구대회의 후원 계약에 도장을 찍은 것.

이 결정은 논란을 불러왔다. 내부에서 “단독으로 프로야구를 후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고 시장에서도 “회사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무모한 투자”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마구마구’가 도대체 무슨 브랜드냐”며 대회의 격이 떨어진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J인터넷이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가 됐을 때 시장에서 투자 규모의 적정성에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업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매출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CJ인터넷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역발상 △철저한 투자 대비 효과 검증 △기업의 브랜드 전략 및 주력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스포츠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권영식 CJ인터넷 상무는 “상황은 나빴지만 연간 45억∼50억 원에 달했던 타이틀 스폰서 비용이 35억 원으로 떨어졌다”며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 스포츠마케팅을 제대로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의 관심이 내수에서 해외 시장으로 옮아가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마케팅 투자를 줄임에 따라 중견기업에 오히려 기회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CJ인터넷은 먼저 투자 효과를 철저히 검증했다. 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을 전년보다 65%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9∼2011년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비용으로만 3년간 매년 35억 원씩 총 105억 원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여기에 부대 계약과 마케팅 비용을 더하면 연간 50억∼60억 원이 들어간다.

권 상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을 후원하면서 야구 스폰서십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최고경영진이 과감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면서 “프로야구 후원도 1년 단기계약보다 3년 정도의 장기계약을 해야 효과가 크다는 분석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세심한 브랜드 전략을 마련했다. 스포츠 대회 후원이 매출 증대와 직접 연결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CJ인터넷은 ‘CJ인터넷’이나 ‘마구마구’로 브랜드를 노출하지 않고 그룹 브랜드인 ‘CJ’와 자사 온라인 야구게임 ‘마구마구’를 포함하는 ‘CJ마구마구’를 후원 명칭에 사용했다. ‘마구마구’ 게임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매출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스포츠의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이미지와 그룹의 이미지를 연계해 CJ의 인지도도 높이겠다는 포석이었다.

그 결과 경제위기의 한파 속에서도 CJ인터넷의 온라인 야구게임 ‘마구마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50% 정도 증가했다. CJ인터넷 매출액도 전년 대비 14% 증가한 22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2008년 249억 원에서 2009년 260억 원으로 늘었다. 프로야구의 TV와 신문 등 미디어를 통한 브랜드 노출 효과는 약 1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CJ인터넷은 프로야구 후원을 통해 인터넷 게임 브랜드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높일 수 있었다”며 “투자 대비 효과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 이름과 얼굴 등을 독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과 법률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대중적 영향력이 큰 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을 추진할 때 계약과 실행, 사후관리 과정 전체에서 다양한 위험 요인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4호(2010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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