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보다 식품이 대세”

  • 동아일보

식품 매출이 명품 매출 추월
현대百, 쌀-소금바 등 마련

백화점들이 ‘명품보다 식품’을 외치며 식품 매장에 한껏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은 16일 지하 슈퍼마켓 안에 ‘S in 슈퍼’를 신설했다. 슈퍼마켓 내 스페셜 숍이란 뜻의 이 코너에서는 커피와 차를 소량으로 판다. 그동안 최소 3kg 단위로 볶아 팔던 원두커피를 100g 단위로 팔고, 매장에서 직접 찻잎을 덖어 신선한 차향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최보규 현대백화점 본점 식품팀장은 “미식가들은 주로 백화점의 ‘큰손’ 고객이라 이들을 대상으로 소량 맞춤 판매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에는 쌀과 물, 소금 바(bar)도 이 백화점 슈퍼마켓 안에 생긴다. 여러 종류의 제품을 바에서 영양사들이 맞춤 상담을 하며 판매하는 곳이다. 50대 당뇨병 여성에게는 전남 장흥의 유기농 쌀 4kg에 발아 현미 300g, 빨간 콩 200g, 율무 100g 등을 제안하는 식이다.

소금 바에선 전남 신안 천일염 등 국내산 토판염 20종과 프랑스 게랑드 토판염 17종 등 무려 130종의 소금을 팔 예정이다. 물 바에선 1874년부터 독일에서 생산한 탄산수로 요한 볼프강 괴테가 애음했던 ‘슈타틀리히 파킹엔’, 루이뷔통 디자이너인 이토 모라비토 씨가 병을 제작한 네덜란드 ‘오고(OGO) 산소수’ 등 75종류의 물을 소개한다.

현대백화점은 매월 VVIP 고객 5, 6명을 초청해 한우와 제철 과일 등 신선식품의 맛을 비교 평가한다. 식품에는 400럭스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나머지 이동 공간의 조도는 100럭스로 낮추는 ‘박물관형 조명방식’으로 구매 심리를 자극한다.

이 백화점은 왜 이토록 식품에 정성을 쏟는 것일까. 현대백화점 본점의 슈퍼마켓은 지난해 평당 매출 2억300만 원으로 명품 평당 매출 1억9700만 원을 넘어섰다. 주 1회 이상 식품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82.3%에서 지난해 91.2%로 크게 늘었다. 식품 구매 고객의 파워가 갈수록 커진다는 뜻이다. 한편 지난해 9월 새로 단장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전통 명인의 장류를 파는 ‘명가의 미’와 특화 반찬을 파는 ‘홈 메이드 키친’의 반응이 좋다는 평가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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