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개혁 성과… 경영실적 크게 호전
같은 직급이라도 평가따라 최고 2600만원 연봉차이
성과 나쁘면 해고… 2년연속 하위 3%땐 직급 깎기도
한국수자원공사가 실적에 따라 같은 직급이라도 최고 2600만 원의 연봉 차이가 나는 강력한 수준의 연봉제를 도입해 화제다. 상당수 공기업이 혁신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겉으로는 연봉제 등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연공서열식 전통을 지키는 것과 달리 수자원공사는 임금 격차는 물론이고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에게는 ‘나가라’는 메시지까지 전달할 정도다.
수자원공사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2000년부터 1, 2급 직원 250여 명에게 연봉제를 적용하고 다면평가를 실시해 왔다. 3급 이하 직원 3000여 명에게도 연봉제 등을 도입하려 했지만 노동조합의 반대로 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12월 전격적으로 노사 합의가 이뤄져 지난해 1월부터 연봉제를 소급 적용하고 있다. 노조가 연봉제에 동의한 것은 물 시장 개방을 앞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회사 전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전 직원 연봉제 도입 전부터 시작됐다. 김건호 사장은 한 달에 두 번 사원들과 본사에서 만나고 월 8회 현장을 방문해 연봉제, 식스시그마 등 선진 경영기법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99년 국내에 진출한 프랑스 하수처리기업 베올리아 워터가 현대석유화학, 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하수처리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낸 데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상하수도 서비스를 외국계 업체에 맡길 움직임을 보이는 등 국내 물 시장이 사실상 개방되자 연봉제에 반대해온 노조도 명분을 잃었다.
수자원공사는 직급과 평가 결과에 따라 같은 연차라도 연봉 차이가 570만∼2600만 원이 나도록 했으며 2년 연속 하위 3%에 드는 직원에 대해서는 직급을 깎는다. 지난해에는 명예퇴직 과정에서 평가가 좋지 않은 직원을 해고해 전 직원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일시적으로 사내 분위기는 싸늘해졌지만 기대했던 효과가 하나둘 나타나면서 직원들은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하향평가만 하던 시절에는 좋은 평가를 받거나 원하는 팀으로 옮기기 위해 팀장들에게 잘 보이려는 경쟁이 치열했지만 다면평가가 도입되자 학연이나 지연에 매달리던 ‘줄서기 문화’가 사라졌다. 실적을 올리기 위한 야근은 늘었지만 요식행위나 형식을 따지던 문화는 사라졌다. 김병기 인사팀 차장은 “보고서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던 과거에는 평가철이 되면 색종이를 붙이는 등 실적 보고서를 ‘예쁘게’ 꾸미기 위해 며칠씩 밤을 새우는 게 보통이었는데 요즘에는 이런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정년을 보장받고 정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민간 대기업에서 수자원공사로 직장을 옮긴 일부 직원들은 “하는 일은 똑같은데 임금만 깎였다”고 푸념하지만 경영혁신으로 회사 실적은 꾸준히 좋아졌다. 수자원공사는 2005년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에서 13개사 중 11위에 머물러 ‘기관 경고’를 받았으나 2008년에는 평가 대상 14개 기업 중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최고등급인 A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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