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지금 도요타에 가장 시급한 것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無·信·不·立 (무신불립 : 신뢰를 잃으면 존립이 불가능하다)
공장이 불타고 직원들 뿔뿔이 흩어져도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 남아있으면
얼마든지 기사회생할 수 있어

신뢰는 조직의 경쟁력이자 핵심 가치다. 도요타는 세계 최고 품질의 차를 만든다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기에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했다. DBR 자료 사진
신뢰는 조직의 경쟁력이자 핵심 가치다. 도요타는 세계 최고 품질의 차를 만든다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기에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했다. DBR 자료 사진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제품 결함과 대대적 리콜 사태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제치고 1위로 등극했던 이 회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안이한 자세로 1등에 안주하려 했고, 결함을 신속하게 인정하지 않고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잠깐의 실수가 가장 유망하고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던 도요타를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고 자부했던 도요타 제품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무너졌다. 사회적 신뢰가 붕괴되면 조직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공자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철학이 적중하고 있는 듯하다.

‘논어’ 안연(顔淵) 편에는 공자의 제자였던 자공이 공자에게 국가 경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묻는 내용이 나온다. 공자가 제시한 정치의 핵심 3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식량이다(足食). 먹는 것, 즉 물질적 자본과 경제가 안정돼야 한다. 둘째는 군대다(足兵). 자위력, 즉 병사들과 무기 등 군사적 힘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백성들의 신뢰다(民信之). 백성들이 지도자들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도 역시 중요하다. 물질적 자본(食)과 인적 자본(兵), 기업에 대한 조직원과 사회의 신뢰(信)는 한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필수다.

자공은 공자에게 이 세 가지 요소 가운데 부득이 한 가지를 빼야 한다면 무엇을 뺄 것인지를 물었다(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 何先?).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去兵). 공자는 그 다음으로 물질적 자본을 포기하라고 했다(去食). 공자의 논리는 간단했다. ‘백성들의 신뢰가 없으면(無信) 조직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不立).’ 신뢰가 없으면 조직도 없다는 명쾌한 주장이다.

신뢰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덕목이다. 직원과 주주가 경영자를, 경영자가 직원을, 협력업체가 기업을, 소비자가 기업 제품을 믿지 못한다면 어떤 조직도 존립할 수 없다. 도요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품질도, 자본 확충도 아니다. 인력 조정이나 새로운 협력업체의 육성도 아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제품에 대한 신뢰, 도요타에 대한 사회적 신뢰의 회복이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물론이고 자국의 자동차회사를 육성하려는 국가의 타도 대상이 된 도요타가 리콜 사태를 딛고 다시 일어서려면 공자의 말대로 신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 기업이 세계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도 ‘신뢰의 부재’라는 주장이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신뢰는 조직의 경쟁력이며 가치다.

공장이 불에 타서 모두 없어지고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없어져도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남아 있다면 기사회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경영자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조직원의 신뢰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신뢰야말로 미래의 경쟁력이자 놓칠 수 없는 가치라는 오래된 진실이 새삼 떠오른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정리=박용 기자 parky@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1호(2010년 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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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는 숫자보다 강력하다. 단어를 활용하면 기업은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에 집중하고, 지속적으로 전략을 수정해나가며 비즈니스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숫자, 지도, 도표보다 단어를 더욱 잘 이해한다. 따라서 대본 형태로 전략을 수립하면 직원들의 상상력을 북돋울 수 있다. DBR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 2월호에 실린 ‘Strategy Tools for a Shifting Landscape’를 전문 번역했다.

▼트렌드 돋보기/앱스토어 성공 부른 ‘후광 효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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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 Insight/전쟁과 경영/하루 만에 무너진 ‘난공불락의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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