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웃은 1월… 연기금 투자패턴 주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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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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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면 빠지고 팔면 뛰고
외국인, 현대모비스 등서 손실
기관, 순매수 상위 5종목 껑충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미국의 은행규제와 중국의 출구전략 등 만만찮은 대외 변수들이 이어지면서 1월 국내 주식시장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어느덧 코스피 1,700이 까마득하게 보일 정도다. 하지만 투자자별로 받은 영향은 제각각이다. 1월 한 달 국내 증시 투자성적을 분석해보면 ‘개인투자자와 외국인투자가의 패배’와 ‘기관투자가의 승리’로 요약된다. 기관 중에서도 거의 1년 만에 매수세로 돌아선 연기금의 성적과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 개인-외국인 울고, 기관 웃었다

투자자별 1월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수익률을 분석하면 희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개인들이 가장 뼈아팠다. 대거 사들인 종목은 크게 빠지고 팔아치운 종목은 뛰어올랐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산 KB금융(―15.2%), LG전자(―8.8%), 포스코(―13.3%) 등은 연초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개인 순매도 상위종목인 현대중공업(7.8%), KT(27.4%), KT&G(5.1%) 등은 크게 올랐고 하이닉스(―1.7%), LG디스플레이(―3.4%) 등도 하락장에서 선방했다. 개인들은 사고팔면서 두 번 운 셈이다.

개인보다는 낫지만 외국인의 점수도 좋지 않다. 많이 사들인 종목 중 삼성전자(―1.9%), 현대중공업 등은 선전했지만 현대모비스(―13.5%), SK에너지(―10.2%) 등에서 손실폭이 컸다. 반대로 가장 많이 판 한국전력은 연초 대비 12.5% 올라 체면을 구겼다. 기관은 하락장에서도 높은 성적을 거뒀다. 한전, KT, 현대중공업, 삼성물산(2.7%), 두산중공업(1.7%) 등 기관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모두 주가가 올랐다. 반면 기관이 대량 순매도한 LG전자(―8.8%), 포스코, 현대모비스, KB금융 등은 주가가 크게 빠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매수세 전환 연기금 관심종목에 눈길

기관 중에서도 연기금의 행보가 특히 주목된다. 지난해 8조2000억 원을 순매도했던 연기금이 올해 1월 한 달 3880억 원을 순매수했기 때문. 월간 기준으로 연기금이 ‘사자’로 전환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연기금이 주목한 종목의 수익률도 괜찮았다. 가장 많이 사들인 KT, 한국전력은 주가가 껑충 뛰었고 기아자동차(―2.5%), 현대중공업 등도 선방했다. 반대로 연기금이 많이 순매도한 LG전자, KB금융, 현대모비스, LG(―13.4%) 등은 주가가 크게 빠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급락과 함께 우리 증시의 가치 대비 저평가 매력이 높아지면서 연기금이 다시 매수세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스피 1,650 선을 기준으로 할 때 연기금은 올해 최소 3조8000억 원, 최대 12조8000억 원의 순매수 여력을 지녔다”고 전망했다. 연기금이 지난해 외국인만큼 강한 순매수를 보이지는 못하겠지만 연기금이 주목하는 종목들은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

올해 연기금이 사랑한 업종은 기계, 통신업, 전기가스업, 화학 등 시장 평균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업종이 대부분이다. 저평가돼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가치주가 많이 포진돼 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보수적인 운용 특징을 고려하면 단기 매매보다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따라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매수 주체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연기금이 집중 매수하는 업종과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업종 중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을 주시하는 것이 간편한 종목 선정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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