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에 동영상은 기본이에요. 가끔 뉴스가 보고 싶다고 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도 깔았어요. 어제 읽다 만 소설이
생각난다고 해서 e북 기능도 합쳤어요. 옆에서는 무선인터넷이 되는 애플의 ‘아이팟터치’가 나왔다고 아우성이에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에요. 부랴부랴 무선인터넷 기능도 넣었어요. 내 이름은 PMP. ‘포터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의 약자예요. MP3플레이어는
날 따라오지 못해요. 사람들은 PMP를 21세기 ‘기능의 총아(寵兒)’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런 ‘된장’…. 지난해 PMP는
위기를 맞았어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가 장착된 삼성전자의 M1, 마이크로소프트(MS)의 ‘준(Zune) HD’
등 ‘보는’ MP3플레이어가 나타났어요. 컴퓨터업계에서는 ‘넷북’이 대박을 쳤어요. 지난해 말에는 아이폰이 나오면서 ‘손 안의
작은 컴퓨터’라고 불리는 스마트폰 시대도 열렸어요. PMP는 갈 곳을 잃었어요. 변해야 했어요. 급할수록 단순해지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본연에 충실하자”였어요. 그래서 꺼내든 카드는 이거였어요. 그 이름 ‘고화질(HD)’.》
아! 옛날이여… 한때는 ‘기능의 총아’로 잘 나갔지만 진화한 MP3 -스마트폰에 시장 뺏겨 다시 시작이다… 고민 끝 찾은 해법 “본연의 기능에 충실” HD 동영상 파일 변환과정 없이도 재생
○ 대세는 무선인터넷에서 HD로
한동안 PMP업계의 화두는 무선인터넷이었다. 지난해 아이리버가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전략제품 ‘P35’를 내놓으며 PMP는 단순히 동영상 재생기기 이상의 ‘컨버전스 디바이스’로 진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등 경쟁제품이 잇달아 등장하며 PMP시장이 잠식될 위기에 처했다. 국내 PMP업계에서는 “PMP만의
특징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PMP 본연의 기능인 ‘동영상 재생’에 좀 더 충실하자는 분위기는
지난해 말 코원의 2010년 신제품 ‘V5’부터 나타났다. V5는 HD급 파일을 담을 수 있는 고화질 동영상 기기. 4.8인치
화면에 1670만 해상도의 터치 액정표시장치(LCD)가 장착됐다. 또 ‘TV-아웃’ 기능을 통해 가정에서 디지털 TV와 연결해
HD 동영상을 대형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HD 영상 재생은 PMP에서만 가능하다”며 동영상 재생 기능을 강조하는 데
힘썼다.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코원은 한 달 만에 첫 물량인 1만 대가 팔렸다고 발표했다.
아이스테이션도
최근 HD 영상 재생에 특화된 ‘T9 HD’를 내놨다. 무선인터넷, DMB, 전자사전 등의 기능을 넣어 코원의 V5에 비해
기능도 다양하고 두께 역시 15.2mm로 얇다. 하지만 홍보문구에 ‘HD 영상을 테이크 아웃(take out) 한다’고 적은
것처럼 제품의 핵심은 HD 영상 재생이다.
빌립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 ‘CES
2010’에 참가해 올해 3월 내놓을 전략제품을 세계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빌립이 공개한 3.7인치 PMP ‘P3’와 5인치
터치스크린 PMP ‘HD5’ 모두 풀 HD 영상 재생이 가능한 제품이다. 컨버전스 PMP를 내놓던 아이리버도 최근 PMP급
MP3플레이어 ‘스마트 HD’를 공개했다. 고화질 동영상 파일을 별도의 변환 과정 없이 볼 수 있게 했으며 여기에 DMB,
무선인터넷, 백과사전까지 넣었다.
○ 넷북과 스마트폰 사이에서 ‘10대’에 해답을 묻다
PMP업계가 HD 동영상 재생에 눈을 돌릴 만큼 HD 영상은 일반화된 것이 사실. 특히 최근에는 아예 파일 자체가 HD 영상으로
제작돼 이를 그대로 재생하려는 수요가 늘었다. 이 때문에 올해 PMP 속 내장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의 성능은 지난해에
비해 향상됐다. 여기에 한 편에 700∼800MB(메가바이트)급의 대용량 파일을 내려받을 만한 초고속인터넷 인프라가 갖춰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스테이션 상품기획팀 김양균 부문장은 “PMP 등장 초기만 해도 20, 30대
얼리어답터들이 타깃이었으나 최근에는 EBS 수능 강의 등을 듣는 10대 중고교생이 PMP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주소비층이 10대 학생인 만큼 전자사전이나 고화질 동영상 강의 재생 등 10대가 원하는 기능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신학기를 앞둔 1, 2월에 바짝 PMP 신제품을 공개하고 마케팅을 한다.
현재
국내 PMP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으로 3000억 원 정도. 기기 판매량으로 따지면 70만 대 정도다. 시장조사기관인 한국IDC
김애리 연구원은 “국내 PMP시장은 성숙기로 접어들었고 다른 디지털기기가 많이 등장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테이션 김 부문장은 “앞으로는 단순히 ‘컨버전스’ 멀티미디어가 아닌, PMP에서만 접할 수 있는 초고화질 동영상 재생기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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