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수포자의 구세주… “재미로 다가가 신뢰로 마음 열죠”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 수리 영역 스타강사 ‘삽자루’ 우형철 씨

강의 도중 ‘삽자루’로 학생들 때리고
비속어 서슴지 않아도 강의는 항상 만원

“꼴찌에게 처음부터 거창한 비전 던지면
열심히 공부할 의욕 북돋울 수 없어

채찍-당근-비전 3단계로 동기부여”


수리영역의 스타 강사인 삽자루 우형철 씨는 “학생들의 의욕을 북돋우려면 일단 10대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며 어른들의 말투가 아닌 그들의 말투로 공부하라는 자극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훈석 기자
수리영역의 스타 강사인 삽자루 우형철 씨는 “학생들의 의욕을 북돋우려면 일단 10대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며 어른들의 말투가 아닌 그들의 말투로 공부하라는 자극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훈석 기자
“강의 내용만 좋다고 학생들을 공부 기계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삶의 목표와 관련한 이야기를 10대들의 말투로 들려주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학생들이 따라오죠.”

수리 영역의 스타 강사 우형철 씨(46)는 학생들 사이에서 ‘삽자루’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과거 오프라인 강의에 주력할 땐 ‘삽자루’로 학생들을 때렸고, 비속어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강의는 항상 만원이다. 학생들은 그를 ‘수포자(수학 포기자)의 구세주’라 칭한다. 지난해 그가 올린 매출도 90억 원이 넘는다.

그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생과 직원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그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인터뷰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 49호(2010년 1월 15일 자)에 실려 있다.

○ “성적 안오르는 건 가르치는 사람 잘못”

그는 강사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공부 못 하는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기초적인 공식도 모를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을 많이 가르쳐 보니 성적이 안 오르는 게 학생들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의 잘못이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채찍-당근-비전이라는 3단계 방법으로 공부를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초창기 그가 가르쳤던 아이들은 대부분 문제아였다. 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히기 위해 그는 ‘채찍’을 사용했다. 닿는 면적이 넓어 별로 아프지 않지만, 큰 소리가 나기 때문에 맞는 사람과 지켜보는 친구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삽자루를 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 채찍에 한계가 왔다. 이때 그는 당근을 활용했다.

“요즘 청소년들이 아이팟에 열광하듯 옛날 청소년들에겐 게스 청바지가 최고 인기 제품이었습니다. 시험을 잘 보면 게스 청바지를 사준다고 하니 수학의 ‘수’자도 모르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더군요. 그런데 당근으로도 부족한 시점이 또 옵니다. 당근만으로는 본인이 좋아서 스스로 공부하는 수준으로 만들긴 어렵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너 나한테 올 때 대학 가기도 힘든 수리영역 7등급이었지? 벌써 3등급까지 왔잖아. 이제 한두 등급 높여 명문대를 가는 건 일도 아냐’라며 비전을 제시해야죠.”

꼴찌에게 처음부터 거창한 비전을 제시하면 공부 의욕을 북돋울 수 없다. 채찍과 당근으로 먼저 능력을 만들어준 다음 비전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 학생들의 신뢰와 동질감을 얻으려면 10대 문화부터 이해해야

우 씨는 오프라인 강의 중 학생에게 질문을 던진 후 틀린 답을 말하면 ‘아니다’라고 단순하게 대답하지 않는다. 유행어나 비속어를 섞어가며 자극적인 말로 틀렸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답을 맞힐 수 없는 학생을 일부러 점찍어 놓고 비속어를 통해 학생들을 웃도록 만듭니다. 이 짧은 순간의 웃음이 집중력이 떨어진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여 주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개그 프로그램을 꼭 챙겨 보고 매일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접속한다. 한국에서 제일 바쁜 고3 수험생들도 개그 프로를 보는데 자신이 바빠서 못 본다는 건 핑계라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새로운 말투도 열심히 배운다. 그런 말투를 모르면 학생들이 자신의 강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어제 제 강의가 별로였지만 오늘은 괜찮았다 치죠. 학생들이 ‘선생님. 어제 이런 점이 별로였는데, 오늘 강의는 좋았습니다’라고 할 줄 아십니까. ‘어제는 삽듣보(삽자루+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 오늘은 삽느님(삽자루+하느님)이네. 님 좀 짱인듯.’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급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이해해야죠. 아이들을 나무라고 싶어도 일단 이해부터 한 뒤에 나무라야지,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나무라기만 하면 영원히 아이들과 소통할 수 없습니다.”

40대 후반인 그 역시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 한 편도 끈기 있게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재미와 반전을 주지 않으면 누가 재미없는 수학 강의를 듣겠냐고 그는 반문했다. 학생들을 웃기고 울리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려면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 최고의 동기부여는 직원에 대한 이해와 관심

그는 현재 경영자 역할을 하고 있다. 강의 준비와 교재 연구를 도와주는 사람이 20여 명이고, 그가 설립한 기숙학원에도 8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비법도 남다르다.

그는 강사들을 제외하고는 고학력 직원을 뽑지 않는다. 직원 80명 중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단 1명에 불과하지만 학원 운영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모의고사 기간에는 전 직원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의 직원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일만 한다. 명문대 출신들을 뽑았다면 뒤탈이 많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직원들에게 두둑한 휴가비와 2주 휴가를 줬습니다. 휴가가 끝난 뒤 뭐 했냐고 물으니 ‘집안일을 돕고 돈은 저금했다’고 해요. 무작정 이 친구들을 나무랄 수 없었습니다. 재충전의 의미를 갖는 휴가를 가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직원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했기에 돈만 주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이후 아예 해외여행 패키지를 끊어줬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직원들의 견문이 넓어지고,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게 제 눈에도 보이니 계속 보내줄 수밖에 없었죠.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사람들은 명문대 출신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보통 사람들을 활용하는 기술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삽자루’ 우형철 씨는


서울대 자원공학과 84학번으로 대학교 3학년 때 학원 업계에 뛰어들었다. 2005년부터 노량진 비타에듀 학원 소속으로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현재 경기 이천시에서 재수생들을 위한 ‘삽자루 기숙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9호(2010년 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 Harvard Business Review/ Breakthrough Ideas for 2010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매년 세계경제포럼(WEF)과 함께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10개의 참신한 솔루션을 제안한다. DBR는 HBR 1월호에 실린 ‘Breakthrough Ideas for 2010’을 전문 번역했다. 생산성 향상, 국가 건립, 건강관리, 해킹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신규 사업 발굴과 성장동력 탐색을 고민하고 있다면 HBR가 선정한 2010년 최고의 혁신 아이디어에서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 Knowledge @ Wharton/ 다양성의 해악과 미덕
고를 수 있는 제품의 수가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은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제품을 택한다. 일례로 하나의 과자와 하나의 과일을 주고 한 가지만 고르라고 했을 때보다 여러 개의 과자와 과일을 제시하고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했을 때 과일을 고르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 현상을 적절히 이용하면 건강 관련 제품이나 식품의 판매를 늘릴 수 있다.

▼ 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일사불란한 조직의 치명적 위험
조직 구성원 간 갈등이 거의 없는, 일사불란한 응집력을 가진 조직이 더 좋은 성과를 낼까? 일사불란한 조직은 환경 변화가 심하지 않을 때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비합리적인 결정에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져 치명적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경영자들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상관을 존경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반대 의견을 포용해야 한다.

▼ strategy+business/ 21세기 인재 경영 방식 확 바꿔라
21세기 기업의 인재 관리 모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현재 세계 대부분의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인재 관리 모델은 조직원들의 인구 구조 변화나 성별, 국적, 문화의 다양성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 하지만 존슨앤드존슨, 지멘스, 타임워너 등은 인구 구조 변화, 조직 내 구성원들의 다양성, 개인적 특성 등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인재 관리 모델을 개발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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