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이미 외국에 알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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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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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재위 2년 유예 결정에 국가신인도 추락 우려

“9월에도 중국 베이징(北京)에 가서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법인세가 내년부터 낮아질 거라고 설명했는데….”

KOTRA 소속 외국인투자유치기관인 인베스트코리아의 한 팀장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유보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경제자유구역 등에서 해외설명회를 열면 법인세율 인하는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이고 외국인들의 관심도 높았다”며 대외신인도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23일 법인세 과세표준 2억 원 초과 구간에 대해 세율을 22%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던 정부 방침을 2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대외신인도가 낮아지고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OTRA는 홈페이지와 영문 저널 등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꾸준히 홍보했다. 인베스트코리아는 지난달 말에도 홈페이지에 ‘법인세가 내년에 20%로 떨어진다(Corporate Tax Will Fall to 20% Next Year)’는 영문 기사를 올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결정된 사안이니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뉴스, 보고서, 투자설명회 등을 통해 기정사실처럼 알려진 법인세 인하가 유보되면 한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쟁국들은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법인세율을 앞 다퉈 내리는 추세다. KOTRA에 따르면 대만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년에 25%에서 20%로 낮출 계획이며, 싱가포르는 현재 18%에서 내년 17%로 인하할 예정이다. KOTRA 관계자는 “법인세율을 낮춰야 경쟁국에 뒤지지 않을 수준이 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법인세 인하 유보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스스로 헝클어버린 셈”이라며 “기업마다 예기치 못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전경련이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0곳 중 8곳은 ‘투자계획을 수립할 때 세금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으며 10곳 중 4곳은 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금으로 ‘법인세’를 꼽았다. 이처럼 중요한 법인세율이 새해를 불과 일주일 남기고 뒤집히면서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30대 기업의 한 임원은 “이번 결정으로 세금을 약 50억 원 더 내야 할 것 같다”며 “기업이 자생적으로 살아나려 하는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투자액의 일부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연장되긴 했지만 수도권에 투자한 금액은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공제율도 낮아졌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 유보로 입는 손해가 더 크다는 불만도 나온다. 재정부는 법인세 인하 유보로 기업들이 더 내야 할 세금을 연간 3조2000억 원, 임투세액공제 연장으로 기업들이 덜 내는 세금을 연간 1조50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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