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경기불황으로 기업의 신규채용이 줄면서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어야 했다. 취업 전문가들은 내년 채용수준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있으나 채용인원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올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고용시장이 점차 안정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인 만큼 내년에는 긍정적으로 지켜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77개사) 중 66.2%가 내년 채용계획이 있고, 채용규모는 총 1만950명이라고 밝혔다. 올해 1만365명보다 5.6% 증가한 수준이다. 커리어 측은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20여 개 회사가 예년 수준으로 채용을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채용인원은 1만2036명으로 올해(1만1772명)보다 4.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정보통신 분야의 취업 전망이 밝고, 유통·무역, 서비스업을 비롯해 자동차·석유화학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올해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공기업과 조선·중공업은 얼었던 시장 분위기가 풀리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전자·정보통신 분야는 가장 많은 인원이 채용되는 업종 중 하나다. 최근 아이폰 출시와 함께 국내 스마트폰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2010년 채용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스마트폰은 응용 소프트웨어가 중요해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분야의 채용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직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않았고, LG텔레콤은 채용규모와 시기가 미정이지만 내년 1월에 확정할 예정이다.
유통·무역 부문은 온라인 쇼핑몰이 부상하면서 내년 신규채용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산업은 소비심리 회복에 따라 매출 증가로 이어져 고용 확대가 예상된다. 신세계는 매년 상·하반기 인턴십을 통해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대우인터내셔널도 신규인력을 4월과 10월에 모집한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지원자의 인턴십 경력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미리 인턴십을 경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공기업과 조선·중공업 부문의 취업문은 여전히 좁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이 정원 감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선과 중공업 부문도 올해 침체를 겪으면서 채용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황선길 잡코리아 이사는 “정부가 ‘희망근로프로젝트’와 ‘청년인턴’ 사업을 통해 55만 명의 일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희망근로 사업과 청년인턴 사업으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근원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지만 올해보다 내년이 구직자가 희망을 가져볼 만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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