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인사에 나타난 내년 재계 경영 키워드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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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고객 모셔라… 솔루션 등 대량납품 위해 영업조직 확대
먹을거리 찾아라… 태양광 사업화 등 신사업 적극 발굴 의지
해외시장 뚫어라… 영업망 재편-외국인 채용으로 공략 강화

《2010년은 국내 기업들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해외 경쟁사들이 구조조정 등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일전(一戰)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올해 예상외로 좋은 실적을 보인 국내 기업들은 환율 등 외부 효과의 가림막이 걷히면서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최근 실시한 연말 정기 인사의 공통점을 분석해 2010년도 재계의 ‘경영 로드맵’을 조망한다.》

○ “기업고객 시장은 2010년의 엘도라도”


올해 말 인사는 기업 간 거래(B2B) 영업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SK텔레콤은 기존의 개인 이동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이 한계에 이르면서 기업 고객으로 눈을 돌렸다. 대표적인 게 네트워크와 무선인터넷 사업을 하는 ‘모바일 네트워크 오퍼레이터(MNO) 사내독립기업(CIC)’. SK텔레콤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MNO CIC의 ‘기업사업단’을 ‘기업사업부문’으로 격상시키고 사업부문장을 박인식 SK브로드밴드 사장이 겸임하게 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한다. 앞으로 SK텔레콤의 기업사업부문과 SK브로드밴드가 한 몸이 되어 기업용 유무선융합(FMC)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지역총괄 내에 B2B 영업 조직을 따로 두기로 했다. 기존에는 냉장고, TV 등 상품별로 나눴지만 이제는 기업 대상 영업을 특화하겠다는 것. 기존의 디지털프린팅사업부와 컴퓨터시스템사업부를 IT솔루션사업부로 통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PC와 프린터 사업을 합쳐 기업의 출력관련 비용을 줄여주는 등의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기업고객을 관리하는 CR(Customer Relationship) 부문을 신설했다. CR 부문은 기업에 대량 납품하기 위한 영업력을 결집해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상업용 에어컨을 취급하는 조직을 기존의 팀에서 본부로 격상했다. 대형 빌딩에 납품하는 에어컨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 “새 먹을거리, 이제는 사업화”

LG전자는 태양광 분야 사업을 강화하고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의 태양전지 사업을 에어컨(AC)사업본부로 옮겼다. CTO 산하에서 기술 개발에 주력했던 것에서 나아가 실제 사업본부로 옮겨서 태양전지 양산 시기를 앞당겨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신사업팀을 신사업추진단으로 위상을 높였고, 신사업추진단장에 삼성SDI에서 2차 전지를 사업화한 김순택 부회장을 앉혔다. 신사업추진단은 바이오시밀러 등 삼성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新樹種) 사업을 발굴한다.

SK텔레콤은 ‘산업생산성증대(IPE) 사업단’을 신설했다. IPE는 기업 고객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일종의 정보통신 컨설팅 서비스다. 유통·금융·건강 등 다른 업종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이동통신 서비스나 기술을 개발, 판매하게 된다. 예컨대 무선통신망을 활용한 물류 관리나 원격 의료 시스템처럼 기존의 통신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 “믿을 건 해외 시장뿐”

해외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 영업 조직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중아(中阿) 지역총괄을 중동총괄과 아프리카총괄로 나눴다. 내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특수를 누려보겠다는 심산이다. LG전자도 84개 해외 법인 중 6개 해외법인의 ‘수장’을 현지 외국인으로 배치했다. 또 각 지역총괄에 사업본부에서 파견한 ‘RBL(Region Business Leader)’이라는 자리를 만들었다. RBL은 사업본부와 지역총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은 ‘내수기업’의 이미지를 깨고 본사 기능을 한국 중국 미국으로 분산했다. 특히 ‘융합 및 인터넷(C&I) CIC’는 사업의 주체를 아예 중국으로 이전하고 본부장급 이상의 임원 대부분을 중국으로 발령 내서 신규사업 발굴 및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게 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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