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콘도 편법구입 28가구 세무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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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역외탈세 1500억 추징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을 숨기거나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기업체 사주 등 역외탈세 혐의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1500억여 원을 추징하고 추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올 들어 해외재산 은닉 등 역외탈세 혐의자 39건을 조사해 탈루소득 3134억 원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1534억 원을 추징했다고 10일 밝혔다.

경기도에서 의류 제조업을 하는 A 씨는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국내 회사와 함께 한 해외법인에 지분투자를 해 배당금을 받았다. 하지만 배당금을 신고하지 않고 해외 계좌에 숨기고 있다가 자신이 세운 재단 기부금으로 가장해 국내로 들여와 빌딩 등을 사는 데 사용했다. 국세청은 A 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탈루한 종합소득세 등 12억 원을 추징했다.

이번에 적발된 역외소득 탈루 혐의자 가운데는 이처럼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을 신고 누락하고 종교단체 등을 통해 기부금 형식으로 국내에 반입한 사례가 14건에 추징금 434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또 조세피난처에 세운 해외현지법인을 이용해 비용을 과다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유출한 행위가 14건에 추징금 152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송광조 국세청 조사국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한 정보수집과 분석을 강화하고 8월 참여한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를 활용해 국가 간 정보 공조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또 해외 부동산을 편법으로 취득하거나 증여한 혐의가 있는 16건을 포함해 역외소득 탈루 혐의가 큰 24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국세청은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호화 콘도를 구입한 국내 거주자 44명 가운데 거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28가구 등도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영국의 한 은행에 1000억 원대의 예금을 예치하고 이자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고소득 자산가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해 법인 자금을 유출한 혐의자들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주로 조세피난처에 위장법인을 세우고 상품거래를 한 것처럼 꾸며 자금을 빼돌린 뒤 외국인 명의로 이를 다시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국세청은 8월 국세행정변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 차단’을 중점 추진 과제로 선정했고 지난달 차장 직속의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를 출범시켰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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