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봉의 돈 되는 부동산]높은 청약률 낮은 입주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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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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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이후 수도권에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은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전세난을 겪고 있는 반면 경기 지역은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입주자가 없어 곤란을 겪고 있다. 서울에 살면서 수도권에 새 집을 분양 받아 놓은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도심의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분양 받은 아파트로 입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이나 자녀 학교 문제 등으로 멀리 이사 갈 형편이 안 돼 새 아파트를 팔거나 임대를 하려고 해도 수요자가 없어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 곳곳에선 다 지은 집에 실수요자를 입주시키기 위한 마케팅이 치열하다.

경기 침체와 한꺼번에 과도하게 쏟아지는 입주 물량이 입주율 저조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교통, 교육, 의료, 상업, 문화시설 등이 덜 갖춰져 있거나 직장 밀집 지역과 동떨어져 있어 전세나 월세 수요마저 많지 않은 지역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특히 이런 문제에 봉착해 있다. 입주를 미루는 가구가 많아지면 사람이 없고 보안 기능이 취약해져 선입주를 꺼리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새 집이 비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분양 때 가수요는 형성됐지만 실제 수요는 부족한 지역에 아파트를 분양한 까닭이다. 입주 때 실제 수요가 분양 때 예측 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역도 많다. 이런 지역의 대표적인 곳이 서울 도심과 거리가 있는 수도권의 대단지 혹은 바람몰이식 작전으로 대규모 분양을 끝낸 뒤 생활 인프라를 다 갖추지 못한 채 입주를 시작하는 2기 신도시 등이다.

2007년 4월 분양 당시 4855 대 1이라는 엄청난 청약 기록을 세웠던 인천 송도의 오피스텔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분양 당시에는 억대의 프리미엄이 붙어 계약자 전원이 세무조사를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그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입주 시작 후 4개월 동안 중대형 평형은 입주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프리미엄도 분양가 수준이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실수요에 대한 치밀한 조사 없이 마스터플랜만 보고 투자자들이 몰려 분양을 받았기 때문이다. 개발 계획이 현실화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이보다 앞서 입주기간이 도래했고 실수요가 형성될 때까지의 시점 차이가 부동산 가격을 바닥으로 밀어 내렸다.

부동산 공급책의 일환으로 개발된 신도시와 택지지구 등 전국 곳곳의 수백 개 단지도 앞으로 몇 년간 이런 모습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남양주시의 진접택지지구가 1만2000채 입주를 진행 중이고 경기 고양, 파주시에는 2만3000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12월에는 전국적으로 올해 최대 물량인 3만6000채가 입주를 시작한다. 내년에는 경기 용인시와 인천 청라지역에 입주주의보가 발동된다.

하지만 위협은 기회일 수 있다.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는 것은 분양 가격이 저렴하거나 미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텅 비어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요가 발생할 지역이라고 판단되거나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곳에 직장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입주 시점에 로열동 로열층을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사는 ‘생각의 전환’도 해봄 직하다.

최초 분양자의 청약통장 사용과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분양가 이하에 나온 매물은 파격 세일 중인 물건이다. 새 아파트 분양권은 등기 전까지 DTI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완성된 물건을 직접 보고 동 호수를 골라 살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입주 때는 전세 매물 또한 세일 기간이다. 적정 시세보다 20∼30% 싸게 골라 들어갈 수 있는 지역도 많다.

매매도 전세도 얻기에 유리한 시점이 따로 있다. 이사철이 지난 비수기로 아파트 단지의 공실률이 절정에 달하고 매도자나 임대인의 심리가 가장 비관적으로 형성될 때다. 구체적으로는 정해진 입주기간의 마지막 주 또는 연말 여기저기 돈 들어갈 일이 많은 12월이 적기다. 잘 사고 잘 팔고 잘 채우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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