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산업이 미래 이끈다]<下>한국의 장단점-전문가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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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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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IT에 창의력 더하면 첨단 융합산업 나올것”


융합산업이 한국에서 발전할 수 있을까. 융합산업과 관련된 한국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융복합 콘퍼런스에 앞서 임채민 지식경제부 1차관과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 존 스트라스너 포스텍 교수가 한국의 융합산업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좌담 참석자들은 한국이 융합산업 발전의 토대를 갖추고 있다는 데 동의했지만 융합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력 양성 시스템, 교육제도 등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지적했다. 좌담회는 이날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진행됐다.

―융합 관련 국제 콘퍼런스를 현 시점에서 개최한 배경은 무엇인가.

▽임채민=르네상스 이전에는 사실상 하나였던 지식과 학문이 산업혁명 이후 세분화됐는데 21세기 지식경제시대를 맞아 다시 통합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융합시장 규모가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융합 트렌드 확산으로 인한 경쟁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세계융합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세계융합시장 동향을 살펴보고 한국의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대니얼 핑크=이제는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계를 넘나들어야 한다. 즉 산업적인 측면에서 기술, 비즈니스 모델, 프로세스 등 두 가지 이상의 개체를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것이 융합산업의 진흥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이 융합산업에 강점이 있나.

▽존 스트라스너=포스텍에서 강의를 하면서 한국의 산업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한국은 융합산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활기 넘치고 혁신적인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은 융합산업이 발전하기에 좋은 기본적인 조건이다. 여기에 한국인의 끈질김이 더해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6·25전쟁 이후 폐허에 가까웠던 한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한국인들의 성격 때문이었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IT 인프라를 통해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기존 주력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주력산업과 IT 산업의 성장 둔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핑크=동의한다. 좋은 IT 인프라가 융합산업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높은 교육열과 교육 수준 또한 융합이 발전하는 데 기본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융합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지식의 단순한 활용보다 창의성과 감성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인 것이다. 따라서 융합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양성 시스템과 교육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임=한국은 6·25전쟁 이후 서양의 자본주의를 추구해왔다. 서양적인 가치관을 꾸준히 받아들여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한국은 기본적으로 동양적인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다. 이런 두 가지 가치관의 융합이 한국의 장점이다. 한민족은 융합을 잘할 수 있는 DNA를 타고났다. 중국 일본 등 쌀 문화를 가진 나라 중 비빔밥과 잡곡밥 문화를 가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여기에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국민성과 잘살아보겠다는 의지가 합쳐져 융합을 위한 좋은 토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혁신 시스템은 여전히 폐쇄적인 부분이 많다. 대학과 기업 간 네트워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네트워크를 더 확대해야 한다.

―앞으로 융합은 어떤 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핑크=세계 경제는 풍요(공급과잉), 아시아(중국·인도)의 부상, 자동화(노동의 대체) 등의 여파로 생활과 산업발전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미래는 전통적인 지식 노동자가 아니라 창의적인 사람, 감성이 풍부한 사람, 융합의 힘을 이해하는 사람이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스트라스너=IT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에서 보듯이 인공지능, 컴퓨터공학, 행동과학, 언어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가 융·복합될 때만 실질적인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

―융합에 관심이 많은 기업인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스트라스너=인도에서 뺄 수 없는 휴대전화 기능이 뭔지 아는가. 바로 라디오 기능이다. 인도인들은 휴대전화를 라디오로 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휴대전화에 라디오 기능은 필요 없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융합산업에는 문화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핑크=많은 기업이 융합제품을 만들 때 제품의 관점에서 생각하곤 한다. A 제품과 B 제품을 결합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융합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 중심의 융합이 이뤄져야 한다.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임채민 지식경제부 1차관
비빔밥 정신을 가진 대한민국이 융합의 시대에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낙관하는 산업 및 통상정책 전문가. 1980년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상공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산업자원부 국제협력투자심의관과 산업기술국장, 주미대사관 참사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조직위원회
미디어지원국장 등을 지냈다.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
앨빈 토플러 이후 주목받는 미래학자 중 한 명. 경제변화와 기업전략, 미래 트렌드 등을 주제로 활발한 강연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국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이기도 했다. 21세기는 자기 삶을 조절하며 자유롭게 일하고 여가를 즐기는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라고 주장한 ‘프리 에이전트 시대가 오고 있다(Free Agent Nation)’ 등의 책을 썼다.

▶존 스트라스너 포스텍 교수
시스코의 공동창업자로 이 회사의 최고전략책임자와 모토로라 부사장을 지냈다. 올해 3월부터 포스텍 정보전자 융합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네트워크 관리와 서비스 분야에서 지금까지 2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관련 분야의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융합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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