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7년 만에 미국 코미디의 소재에서 세계 자동차업계의 강력한 경쟁자로 변신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2005년 9월 27일자로 보도한 기사의 한 토막이다. 낮은 품질 때문에 미국인들의 우스갯거리에 불과했던 현대차의 극적인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경제에 대해 유독 적대적인 기사를 많이 썼던 이 신문조차 현대차를 호평했으니 다른 외신들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이들은 현대차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6월 21일자 기사에서 “경기침체 및 크라이슬러 GM 등의 잇따른 파산신청과 더불어 현대차가 미국 자동차업계의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 메이저 자동차업체들이 경제위기로 흔들린 틈을 타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5%에서 최근 7.3%까지 끌어올린 사실을 가리킨 것.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소비자들이 경제위기에 시달리면서 과거보다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는 소비성향이 현대차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신문은 한국차의 상승세가 40년 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일본차가 미국 시장의 40%까지 점유한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CNN머니 인터넷판도 지난달 20일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가 유일하게 매출을 늘리면서 미국·일본 기업을 제치고 승자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현대차를 빼고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은 일제히 지난해보다 25∼50% 매출 감소를 면치못했다. CNN머니는 현대차의 ‘나홀로’ 호황에 대해 “경기불황으로 현대차의 주 종목인 소형차 수요가 늘고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 파격적인 마케팅이 결합된 결과”로 해석했다.
최근 현대차가 미국 금융조사기관인 캐피털 아이큐의 ‘불황 속에 뜬 10대 상품’에 선정된 것도 불황을 기회로 삼은 사실을 잘 보여준다. 캐피털 아이큐는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저렴한 가격, 신차 모델 출시에 힘입어 현대차만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매출을 늘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순히 저가 전략으로만 승부하는 게 아니라 좋은 품질이 받쳐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최근 JD파워의 ‘신차 품질조사’에서 일반차 브랜드 가운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총 23개 일반차 브랜드 가운데 현대차는 역대 최고 점수로 1위에 올랐다. 고급차까지 포함한 순위에서도 현대차는 벤츠와 아우디를 제치고 37개 브랜드 중 4위였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현대차의 부상에 적지 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달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시장에서 9월 자동차 판매대수가 전체적으로 작년 동기대비 22% 감소했으나 현대차와 기아차는 20% 이상 판매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신문은 “자동차시장의 주요 전장으로 떠오른 미국 소형차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혼다를 제치고 도요타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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