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비싼 펀드, 수익률 좋을거라 착각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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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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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자정노력에도 국내외 펀드 비용은 되레 증가
덩치 큰 펀드일수록 비용 많이 들고 수익률과 무관

지난해 말 이후 펀드 수수료 인하를 위한 각종 정책과 업계의 자정 노력이 이어졌지만, 투자자가 지불해야 하는 펀드비용은 오히려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펀드비용이 높다고 해서 해당 펀드 수익률이 높은 것도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투자자교육재단이 28일 발표한 ‘펀드비용 분석’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 펀드비용, 지난해 말보다 오히려 상승

투자자교육재단은 이 보고서에서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일반주식형, 주식인덱스형,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 채권형 등 국내외 주식펀드 3395개를 대상으로 펀드 수수료 실태를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펀드들의 올 4월 말 현재 전체 평균 비용은 2.491%로 작년 말 대비 0.067%포인트 증가했다. 5개 유형 중 비용이 가장 높은 펀드는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일반주식형 펀드였다. 4월 말 현재 펀드비용이 3.089%로 지난해 말(3.003%)보다 0.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나머지 유형도 채권혼합형 펀드를 제외한 모든 유형에서 투자자가 내야 하는 비용이 증가했다.

투자지역별로 구분하면 국내 펀드의 4월 말 현재 전체 비용은 2.404%로 작년 말에 비해 0.019%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해외 펀드의 비용은 같은 기간 3.241%에서 3.246%로 0.00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쳐 해외 펀드에 비해 국내 펀드의 비용 상승폭이 컸다.

또 설정액 1조 원 이상의 펀드비용은 평균 3.096%였고 설정액이 작아질수록 펀드비용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전체 펀드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판매보수와 운용보수를 합한 신탁보수(65.2%)였고 이어 매매중개 수수료, 판매 수수료 등의 순이었다.

○ 수수료 높다고 수익률 좋은 것 아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와 운용업계는 펀드 수수료를 매년 단계적으로 낮추고, 각종 수수료 명세를 공개토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펀드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해 왔다.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투자 손실이 엄청난데 비싼 수수료까지 물어야 되느냐”는 비난 여론이 빗발친 데 따른 것이다. 급기야는 최근 감독당국이 나서 펀드 판매 수수료와 판매보수의 상한선을 강제로 대폭 인하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들이 실제 수수료 인하로 현실화되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펀드의 누적 수익률과 펀드비용 간의 관계를 회귀 분석한 결과 대체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펀드비용 증가가 수익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 그동안 운용사나 판매사들은 수수료가 비싼 만큼 높은 수익으로 보답하겠다며 투자자들을 달랬다.

보고서는 “판매보수 인하가 진행되고 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펀드비용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많다”며 “펀드비용 인하를 위해 온라인 판매채널 활성화 등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투자자교육재단 손정국 센터장은 “수수료 인하를 위해 여러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런 정책은 새로 만들어진 펀드부터 반영되므로 전체 평균 수수료가 내려가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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