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자정노력에도 국내외 펀드 비용은 되레 증가
덩치 큰 펀드일수록 비용 많이 들고 수익률과 무관
지난해 말 이후 펀드 수수료 인하를 위한 각종 정책과 업계의 자정 노력이 이어졌지만, 투자자가 지불해야 하는 펀드비용은 오히려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펀드비용이 높다고 해서 해당 펀드 수익률이 높은 것도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투자자교육재단이 28일 발표한 ‘펀드비용 분석’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 펀드비용, 지난해 말보다 오히려 상승
투자자교육재단은 이 보고서에서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일반주식형, 주식인덱스형,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 채권형 등 국내외 주식펀드 3395개를 대상으로 펀드 수수료 실태를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펀드들의 올 4월 말 현재 전체 평균 비용은 2.491%로 작년 말 대비 0.067%포인트 증가했다. 5개 유형 중 비용이 가장 높은 펀드는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일반주식형 펀드였다. 4월 말 현재 펀드비용이 3.089%로 지난해 말(3.003%)보다 0.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나머지 유형도 채권혼합형 펀드를 제외한 모든 유형에서 투자자가 내야 하는 비용이 증가했다.
투자지역별로 구분하면 국내 펀드의 4월 말 현재 전체 비용은 2.404%로 작년 말에 비해 0.019%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해외 펀드의 비용은 같은 기간 3.241%에서 3.246%로 0.00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쳐 해외 펀드에 비해 국내 펀드의 비용 상승폭이 컸다.
또 설정액 1조 원 이상의 펀드비용은 평균 3.096%였고 설정액이 작아질수록 펀드비용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전체 펀드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판매보수와 운용보수를 합한 신탁보수(65.2%)였고 이어 매매중개 수수료, 판매 수수료 등의 순이었다.
○ 수수료 높다고 수익률 좋은 것 아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와 운용업계는 펀드 수수료를 매년 단계적으로 낮추고, 각종 수수료 명세를 공개토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펀드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해 왔다.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투자 손실이 엄청난데 비싼 수수료까지 물어야 되느냐”는 비난 여론이 빗발친 데 따른 것이다. 급기야는 최근 감독당국이 나서 펀드 판매 수수료와 판매보수의 상한선을 강제로 대폭 인하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들이 실제 수수료 인하로 현실화되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펀드의 누적 수익률과 펀드비용 간의 관계를 회귀 분석한 결과 대체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펀드비용 증가가 수익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 그동안 운용사나 판매사들은 수수료가 비싼 만큼 높은 수익으로 보답하겠다며 투자자들을 달랬다.
보고서는 “판매보수 인하가 진행되고 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펀드비용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많다”며 “펀드비용 인하를 위해 온라인 판매채널 활성화 등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투자자교육재단 손정국 센터장은 “수수료 인하를 위해 여러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런 정책은 새로 만들어진 펀드부터 반영되므로 전체 평균 수수료가 내려가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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