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아이族,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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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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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출발 해외여행 늘어
항공업계, 심야 항공편 증편

터키항공을 이용한 승객이 기내에서 취침 하는 모습. 사진 제공 터키항공
터키항공을 이용한 승객이 기내에서 취침 하는 모습. 사진 제공 터키항공
김아리 씨(27·여)는 최근 3박 4일 일정으로 직장 동료와 함께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김 씨가 낸 휴가 일수는 단 하루. 그는 “빡빡한 회사 일정 때문에 휴가원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목요일 늦은 오후에 떠나는 비행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금요일 하루 월차만으로 꿀맛 같은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오후 8시가 넘는 시간대에 출발하는 항공편을 주로 이용하는 심야 여행족(族)을 가리켜 ‘레드아이(Red eye·충혈된 눈)’족이라고 부른다. 늦은 오후 항공편을 이용하면 출발 당일에도 업무 수행이 가능해 휴가일수를 줄일 수 있는 데다 숙박비 부담도 덜 수 있어 20, 30대 중심으로 심야 출발 항공편의 인기가 높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에 취항 중인 국내외 항공사들 가운데 ‘레드아이’족을 겨냥해 오후 8시 이후 출발하는 항공편을 편성하는 항공사가 늘고 있다.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 8시 이후 인천공항을 떠나는 항공편이 50편에 이른다. 성수기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심야에 출발하는 항공편이 증가하는 추세다.

터키항공은 올해 초부터 인천∼터키 이스탄불 노선의 출발 시간을 기존 오전 11시에서 오후 11시 55분으로 옮겼다. 성지 순례지로 잘 알려진 터키 여행객 연령대가 20, 30대로 낮아진 데다 터키를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여행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아예 심야로 출발 시간대를 옮겼다. 김세진 터키항공 마케팅·영업담당 과장은 “항공편 출발 시간대를 바꾼 후 젊은 여행객이 크게 늘었다”며 “휴가 일정이 빡빡한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의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인천∼미국 라스베이거스 항공편을 매주 월 수 금요일 오후 9시 40분에 출발해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경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운항하고 있다. 또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인천∼미국 호놀룰루 구간은 결혼식 시간대를 감안해 오후 8시 10분에 떠난다.

동남아시아 지역에 취항하는 항공사들도 늦은 오후에 출발하는 항공편을 늘리고 있다. 세부퍼시픽항공의 경우 인천∼필리핀 마닐라, 인천∼필리핀 세부 노선은 각각 오후 9시 35분, 오후 10시 5분에 이륙한다. 타이항공도 오후 9시 25분에 떠나는 인천∼태국 방콕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 시로 매일 취항하는 중국남방항공은 평소 오후 6시대인 출발 시간을 화요일과 토요일에는 직장인과 여행객 수요에 맞춰 오후 9시 5분에 출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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