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청잣빛 하늘, 데이트하는 청춘 등 3개의 ‘청(靑)’이 있는 운치 있는 동네, 삼청동은 2, 3년 전부터 서울 강남권에서 이름을 날리던 브랜드 커피전문점들이 메인 거리에 들어오면서 급하게 몸값이 올랐다. 수제비와 칼국숫집, 국밥집만 있던 동네가 와플카페와 와인바,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으로 바뀌면서 단독주택 가격이 3.3m²당 8000만 원을 호가한다. 4년 전에 비해 최고 10배가량 오른 가격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빌딩 지역의 대지 가격에 육박한다.
삼청동이 인근 지역처럼 도시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면 이 지역 주택들도 무자비하게 헐렸을 것이다. 하지만 낡아가던 노후 주거지가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 데에는 궁궐에 인접한 위치적 이점과 한옥마을에 대한 지원 조치, 1940, 50년대 기와집과 1960, 1970년대 슬래브집을 적정한 시점에 갤러리와 미니 박물관, 부티크로 바꿔 놓은 외지인들의 심미안과 창조적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삼청동의 도로변 노후주택의 몸값이 바뀐 데에는 일반주거지역 3종 미관지구에서 2종 근생시설로의 용도변경도 주요했다. 삼청동에 이어 인근의 부암동도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서울 도심이 거대한 재개발구역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남아 있는 단독주택들이 희소성을 갖게 됐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단독주택은 본래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우며 수시로 개보수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정원 관리가 어렵고 보안성이 취약해 아파트보다 선호가 떨어지는 주거시설이다. 찾는 사람이 덜하니 환금성도 당연히 하락한다. 하지만 삼청동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이제는 단독주택을 단순히 주거시설이 아닌 다른 부가가치 차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단독주택 중 주택지 용도가 상업지 용도나 또 다른 용도로 변환 가능한지를 눈여겨보면 그곳에 돈이 있다. 경매에 나온 재개발지역 내 구옥은 이미 아파트와 다름없다. 시세보다 싼값에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면 조합원 지분으로 가치가 있고, 전철역 인근 단독주택이라면 최근 주차장 기준이 완화된 1, 2인용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기숙사형 주택으로 변신 가능하다. 330m²(100평)가 넘는 대로변 주택들은 빌딩이나 상가가 혼용된 사무용 건물로 꾸준히 용도 변경돼 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성북구 성북동, 서초구 방배동의 저택들도 고급 빌라로 변신해 주거시설의 개수를 늘려간다.
단독주택을 구입할 때는 용도 변경 가능 여부와 입지, 해당 지자체의 건축조례 등을 심도 있게 따져보아야 한다. 건축물의 용도 변경은 시설군의 용도별 분류에 따라 허가대상과 신고대상, 기재변경대상, 용도 변경이 불필요한 대상으로 나뉜다. 단독주택을 헐고 새 용도의 건물을 지을 때에는 임대료와 수요, 건축비와 시설비 등 사업성을 세밀하게 시뮬레이션해봐야 한다. 지역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트렌드의 생성 과정도 빠르게 이해해야 한다.
요즘은 채광과 통풍이 잘되고 땅을 밟으며 자기 정원을 가꿀 수 있고 정감이 어린 단독주택의 가치를 아파트보다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같은 물건을 다르게 보는 관찰력과 상상력이 돈을 만들어내는 세상이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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