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들’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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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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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했던 美英日증시 기지개
日-대만 IT-車업체들도 약진

‘패자(敗者)의 역습?’

최근 국내 증시 흐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선진국 등 지금까지 소외받았던 지역 및 업종들이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다우지수는 기업들의 실적발표 효과로 최근 10,000 선을 넘나들고 있고 일본 영국 등 다른 선진국 증시도 오랜만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코스피는 올 3월 이후 단기급등을 이어가 피로감이 쌓인 데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보는 눈높이도 너무 높게 올라와 있어 웬만한 실적으로는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20일 보고서에서 “국내 증시의 상승동력이 둔화되고 있는 와중에 여태까지 ‘못난이’ 취급을 받았던 국가 및 업종의 약진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가 이달 들어 19일까지 주요국 증시 흐름을 집계한 결과 유독 한국 증시만 약세 국면에 놓여 있다. 코스피의 10월 상승률은 ―1.44%에 그친 반면 중국(9.31%), 브라질(9.30%) 증시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신흥국 증시 랠리에서 소외돼 있던 미국(3.91%), 영국(2.88%), 일본(1.02%) 등 선진국 증시도 재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중 영국 지수는 19일 5,281.54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기세에 눌려 있던 일본과 대만의 정보기술(IT), 자동차 경쟁업체들의 약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위기 국면에선 승자들의 독식이 주가를 결정하지만 회복 국면에서는 산업의 파이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에 관심이 넘어갈 수 있다”며 “실제 환율 하락과 맞물려 국내 업체들의 힘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대만 일본 업체의 실적전망은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코스피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지는 중에도 2분기와 같은 실적 잔치의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3분기 실적보다는 4분기, 또는 내년 실적으로 넘어가 있지만 정작 원화가치 및 국제유가의 상승,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 등으로 지수가 상승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증시가 2분기 어닝 시즌 때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글로벌 증시에서 ‘나 홀로’ 상승세를 보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NH투자증권 임정석 연구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이익 모멘텀,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등을 고려할 때 코스피가 내년 2분기까지 조정 국면을 이어가면서 1,350 안팎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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