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공기업 최초로 임금 삭감

  • 입력 2009년 9월 17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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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 노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적 경제위기 이후 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임금을 삭감하기로 합의했다. 공사 측은 "1일 임금협상에서 노사가 6.8% 삭감안에 잠정합의했으며 노조는 14일 조합원 총회에서 잠정안을 가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노사 양측은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는 절차만 남겨놓은 상태다.

이 회사 노조가 임금삭감안에 합의한 것은 공사가 매년 정부경영평가에서 인건비 과다 지출 지적을 받은 데다 정부의 공기업선진화 방침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고용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공기업의 임금동결과 신입사원 임금 삭감은 있었지만 노사가 기존 직원 임금 삭감에 합의한 것은 처음"이라며 "하지만 임금삭감이 실질적 효과가 있는지 명목상 삭감인지 따져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공기업선진화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은 이번 임금 삭감 합의가 다른 공기업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항공사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연맹은 "연맹의 올해 임금협상 방침은 동결이나 삭감을 거부하고 최소 물가인상분만큼 임금인상을 쟁취한다는 것이었는데 돌출 변수가 생겼다. 하지만 예외적인 일이기 때문에 다른 공기업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측도 "임금협약은 노사 자율 사안인데 정부의 공기업선진화 방침이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올해 소속 사업장에 임금협약 지침을 내리지 않고 물가인상 등과 관련한 참고자료를 보냈으며 '개별 사업장의 경영상황에 따라 임금을 동결·반납 또는 절감할 수 있다'는 원칙만 세웠다.

상급단체의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공항공사 노조는 삭감안 합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아끼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고용관계나 정리해고 등 중요한 내용을 다룰 단체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임금 삭감안에 대한 최종서명은 단협이 끝날 때까지 미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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