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세티 기술 유출’ 회사차원 개입여부 수사

  • 입력 2009년 9월 1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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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타가즈코리아 직원 2, 3명 추가조사

GM대우자동차 출신 연구원들이 라세티 승용차의 설계도와 기술표준 문서 등 핵심 기술을 러시아 자동차회사 타가즈사에 빼돌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타가즈 한국법인인 타가즈코리아의 구속된 임직원에 대한 계좌 추적을 실시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본보 10일자 A1·5면 참조 ▶ GM대우 ‘라세티’ 기술유출… 러서 복제차 판매중
▶ GM대우 출신 연구 인력 100여명 영입
▶ 기술유출 관련 조사받던 임원 “억울하다” 유서남기고 자살
▶ 새 차종 하나 개발에 몇년간 수천억 투입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 김석우 부장검사는 10일 “타가즈코리아 황모 상무와 정모 총괄팀 부장 등 피의자들이 GM대우의 기술을 타가즈코리아로 빼내가면서 그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엔진의 설계도가 유사한지 등을 분석 중이지만 유출된 자료 파일이 워낙 방대해 모두 분석하는 데만 10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자료를 분석해 GM대우의 라세티 설계 기술이 타가즈코리아의 신차 ‘C100’에 어느 정도나 활용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라세티 기술 자료를 C100을 만드는 데 활용했다는 직원 진술을 확보했으며, 라세티와 C100의 주요 설계도면 중 일부가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구형 모델인 라세티 외에 신형 차인 라세티 프리미어의 기술이 유출됐는지는 아직 확인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타가즈코리아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기술 유출에 관여했는지도 수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러시아 타가즈사가 처음에는 자동차 수입 목적으로 2006년 타가즈코리아를 설립했다가 나중에 신차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타가즈코리아의 신차 개발 총괄책임을 맡아 차체와 섀시 관련 설계도면을 설계팀장 등에게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된 황 상무는 검찰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황 상무와 정 부장 외에 상무이사 국모 씨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국 씨는 타가즈코리아 연구개발본부에서 엔진 개발을 맡았다. 검찰은 이 외에 타가즈코리아 직원 1, 2명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이 직원들이 기술 유출이나 도용에 가담한 혐의가 발견되면 입건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피의자들의 혐의를 수사해 구속 시한이 만료되기 전인 18일경 기소할 예정이나 수사가 늦어지면 구속이 10일가량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짝퉁 라세티’ 러서 호평 못받아
■ 현지 車업계 반응

GM대우자동차 ‘라세티’의 설계도면을 빼돌려 개발된 타가즈코리아의 ‘C100’은 러시아 현지에서 이미 판매 중이지만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통화한 러시아 모스크바의 현지 자동차대리점의 한 딜러는 “C100 모델 중 2종류가 입점되어 있으며 가격은 각각 1만3000, 1만4000달러가량”이라고 소개했다. 타가즈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C100’의 5가지 모델에 따라 가격이 1만∼1만5000달러라고 소개돼 있었다. 판매 시점에 대해서는 “올여름부터 팔았다”고 말했다.

‘C100’을 현대자동차의 차량으로 오해하고 있는 딜러도 있었다. 자동차회사 ‘타가즈’가 러시아 현지에서 현대자동차의 구형 아반떼, 쏘나타, 베르나 등을 조립 생산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08년 한 해 동안 러시아에 19만여 대의 자동차를 팔아 현지에서 수입차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C100’은 러시아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러시아법인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차를 봤는데 여러 차를 짜깁기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이곳에서는 러시아 브랜드가 별로 인기가 없다 보니 일부러 홍보도 대대적으로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현대차의 조립 판매를 해 오던 타가즈가 욕심을 내 자체 모델을 출시했으나 반응도 미미하고 판매가 안 돼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KOTRA 나윤수 모스크바 관장은 타가즈사와 관련해 “모스크바에서 자동차 조립생산이 시작된 지 6, 7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타가즈의 기술력으로 자동차를 자체 개발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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