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한껏 부푼 중국 증시에 도사린 위험들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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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식시장이 심상치 않다. 8월 초 연중 고점을 기록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상하이종합지수가 22%나 하락했다. 필자를 포함해 중국 주식시장, 나아가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글로벌 투자자 중 중국의 엄청난 인구, 높은 생산성 등의 잠재력에 매혹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있기는 있을까? 경제뿐 아니라 정치 측면에서도 중국의 위상은 이미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한 달 동안의 주가 하락을 놓고 중국 경제와 자본시장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것은 분명 불합리한 일이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 단기로 좁혀보면 무시 못할 몇 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상반기 100% 이상의 중국 주가 상승에 열광한 투자자들이라면 이러한 문제점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상반기 중국의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를 넘어섰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증가세다. 중국 정부가 대출을 독려해 경기 부양에 나선 탓이다. 이러한 증가율이 지속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명목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대출 증가율은 결국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대출 축소 노력은 당연하며 이는 차입에 의한 중국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상반기에 막대하게 이뤄진 기업 대출은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을 33%까지 끌어올렸고 일부는 주식시장과 상품시장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글로벌 소비가 줄어 가동률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는 신규 투자는 가동률을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대출 자금의 자산 시장 유입은 불가피하게 버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치하면 버블은 부풀어 오른 후 결국 터지고, 경제에 충격을 준다.

셋째,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투자에서 소비로 정책의 방향을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소비는 거대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어렵다. 소비의 증가는 저축의 감소를 수반하는데 저축률이 빠르게 내려가려면 사회 보장의 확대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소비가 글로벌 경제의 강력한 수요 기반이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지만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필자의 예상과 달리 중국 정부가 대출을 통한 경기 부양을 멈추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고유의 실업 문제 때문이다. 실업은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대출을 줄이고 고용을 약화시키는 의사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에 관심이 있는 한 상반기처럼 무리한 경기 부양을 지속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경제와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이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상반기 중국의 과잉 투자 덕을 본 기업들은 당분간 지난 상반기보다 빡빡한 환경에 처할 수 있다. 투자자로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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