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바닥’ 확인한 시장, 이젠 투기자본과의 전쟁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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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저점 확인’을 선언한 세계경제가 다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다시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한 탓이다. 중국은 그동안 2000조 원에 가까운 돈을 재정과 국영은행의 신규 대출로 풀었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자산, 즉 본원통화를 두 배나 늘렸다. 그 덕분에 경기가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환호하기에는 왠지 목에 굵은 가시가 걸린 느낌이다.

경기회복의 ‘질(質)’ 때문이다. 원론적으로는 정부가 지핀 불씨를 이제 민간이 이어가야 하지만 그런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상반기 신규대출 대부분이 국영기업에 집중됐고 재정의 상당 부분도 철도 등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집중됐다. 그 결과 총량은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민간투자에서는 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국진민퇴(國進民退)’, 즉 성장의 질이 나쁜 것이다.

미국은 더 심각하다. 미국 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 및 금융회사들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마불사 룰을 적용하며 깊은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경기침체의 대응방식에서 과잉공급을 줄여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회피한 것이다. 이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요를 끌어올리고 그에 따른 민간투자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간은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여전히 늘어난 빚을 갚는 데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정확대로 늘어난 돈은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한다. 우선은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물가안정이 유지되고 있지만 투기자본은 이런 틈을 노린다. 시장의 균열을 포착한 투기자본들이 낮은 금리로 조달한 자본을 이용해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려 나섰고 글로벌 자산시장은 급등했다. 앞으로 실제경기가 ‘V’자형으로 회복된다 하더라도 자본시장은 이미 너무 앞서갔다. 글로벌 투기자본은 만약 출구전략, 즉 유동성 축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겨냥하고 유동성 축소가 시작되면 공매도나 파생상품 등을 이용해 시장하락에 베팅할 수 있다. 글로벌 투기자본은 당분간 경기상승과 하락 모두에 과민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묘약은 없다. 각국 정부는 유동성 조절에서 최선의 줄타기를 해야 한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1차로 금융기관에 지원된 자금을 회수하고, 2차로 지급준비율을 높이고, 마지막 단계로 금리를 서서히 올리는 전략을 세우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동안 반드시 민간투자와 수요증가가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이 쉽지만은 않다. 정부의 재정집행은 우선 경기를 부양하지만 대신 미래소비를 앞당기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에 가까운 것이다. 그 때문에 이 시점에서 정부가 초조감을 드러내며 무리한 수단을 계속 동원한다면 결국에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남은 것은 각국 정부가 얼마나 현명하고 신속하게 대응할지 지켜보는 일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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