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휘센’ 기술 中경쟁사에 넘어갈뻔

  • 입력 2009년 8월 10일 02시 59분


개발 참여 前벤처대표가 빼돌려… 80억에 유출직전 검거

LG전자 ‘휘센’ 에어컨에 사용된 ‘금속표면처리기술’ 등의 첨단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하려던 국내 벤처기업의 전 대표와 임원, 연구원 등 4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이혁)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설립한 국내 벤처기업 P사에서 기술을 빼낸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 회사 전 대표 고모 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이 회사 연구원 김모 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중국으로 도피한 이모 씨 등 이 회사 연구원 2명은 기소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미국 박사, 일본 대학 교수, KIST 선임연구원 등의 경력을 지닌 고 씨는 KIST가 특허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세운 P사의 대표를 맡고 있었지만 평소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컸다. 고 씨는 부하 연구원들과 함께 크게 ‘한탕’하기로 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회사를 차례로 그만두면서 에어컨 기술 관련 자료가 담긴 노트북 컴퓨터를 반납하지 않거나 외장메모리에 자료를 저장해 갖고 나오는 방법으로 ‘나노 파우더’ 등 네 가지 첨단기술을 조직적으로 유출했다. 금속을 ‘나노(10억분의 1)’ 크기로 쪼개는 이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한 기술보유국일 정도로 미래가치가 큰 첨단기술이다.

지난해 10월 첨단기술을 손에 넣자 이들은 중국으로 곧장 달려가 ‘I사’를 차렸다. 먼저 관련 제품 상용화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자 이들은 세계적인 에어컨 생산업체인 중국의 한 기업에 이 기술을 넘겨주고 80억 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범죄첩보를 입수하면서 이들의 범행은 막을 내렸다. 이 부장검사는 “기술이 중국 업체에 유출됐다면 LG전자가 매출 감소 등으로 1200억 원가량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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