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신신자 장충동 왕족발 대표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2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장충동 왕족발’ 매장에서 한국 음식의 장점을 소개하고 있는 신신자 대표. 사진 제공 장충동 왕족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장충동 왕족발’ 매장에서 한국 음식의 장점을 소개하고 있는 신신자 대표. 사진 제공 장충동 왕족발
족발회사가 비빔밥 수출…한식 세계화 꿈 이뤄야죠

3년간 수출용 기술 연구
냉동 특허 소스 개발 성공
日서 “하루 100만개 납품을”

최근 정부 고위 관료로부터 “‘장충동 왕족발’이 비빔밥을 해외로 수출하려고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 ‘족발 집에서 웬 비빔밥? 게다가 수출?’ 의구심을 안고 신신자 장충동 왕족발 대표(55)에게 진위를 확인했다.

세상에…. 사실이었다. “족발을 수출하려니 각국 검역에 걸려 제약이 많습디다. 그래서 3년 전부터 수출용 비빔밥 개발을 시작했어요. 우리 음식을 해외에 선보이는 게 늘 꿈이었으니까요.” 족발과 보쌈을 파는 장충동 왕족발에는 비빔밥 메뉴가 없다. 신 대표가 공들이고 있는 비빔밥은 온전히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것인 셈.

“비빔밥은 일본에서 큰 승산이 있어요. 한류 열풍을 등에 업은 저칼로리 식품이니까요. 어때요? 우리에게 하루 100만 개씩 납품해줄 수 있겠소?”

올 4월 장충동 왕족발의 비빔밥 샘플을 맛본 일본 이토추(伊藤忠) 상사 측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장충동 왕족발이 냉동 비빔밥 제조와 포장에 관한 특허를 출원(3월)한 지 한 달 만이었다. 신 대표는 수없는 연구 끝에 비빔밥을 영하 60도로 얼려야 이후 녹이거나 열을 가해도 식품 표면이 갈라지는 현상이 없다는 걸 알아냈다. 식용유로 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을 볶으면 나물 고유의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해산물과 야채에서 추출한 볶음용 소스도 개발했다. 트랜스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는 비빔밥을 만든 것이다. 신 대표가 개발한 냉동 기술은 떡국과 냉면 등 다른 한식에도 무궁무진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미 대만의 한 유통업체는 그에게 “떡볶이를 공급해 달라”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신 대표가 이끄는 장충동 왕족발은 ‘우리가 만든 음식은 내 가족도 먹는다’는 신념으로 지난해 166개 가맹점에서 147억 원의 매출을 냈다. 이달 초 제10회 ‘한국프랜차이즈대상’ 시상식에서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급속 동결기계 설비를 확충하고 있는 신 대표는 “이르면 올해 말 ‘장충동 왕족발’표 비빔밥을 일본으로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토추 상사가 이 회사의 비빔밥 납품을 여간 조르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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