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수출용 기술 연구
냉동 특허 소스 개발 성공
日서 “하루 100만개 납품을”
최근 정부 고위 관료로부터 “‘장충동 왕족발’이 비빔밥을 해외로 수출하려고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 ‘족발 집에서 웬 비빔밥? 게다가 수출?’ 의구심을 안고 신신자 장충동 왕족발 대표(55)에게 진위를 확인했다.
세상에…. 사실이었다. “족발을 수출하려니 각국 검역에 걸려 제약이 많습디다. 그래서 3년 전부터 수출용 비빔밥 개발을 시작했어요. 우리 음식을 해외에 선보이는 게 늘 꿈이었으니까요.” 족발과 보쌈을 파는 장충동 왕족발에는 비빔밥 메뉴가 없다. 신 대표가 공들이고 있는 비빔밥은 온전히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것인 셈.
“비빔밥은 일본에서 큰 승산이 있어요. 한류 열풍을 등에 업은 저칼로리 식품이니까요. 어때요? 우리에게 하루 100만 개씩 납품해줄 수 있겠소?”
올 4월 장충동 왕족발의 비빔밥 샘플을 맛본 일본 이토추(伊藤忠) 상사 측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장충동 왕족발이 냉동 비빔밥 제조와 포장에 관한 특허를 출원(3월)한 지 한 달 만이었다. 신 대표는 수없는 연구 끝에 비빔밥을 영하 60도로 얼려야 이후 녹이거나 열을 가해도 식품 표면이 갈라지는 현상이 없다는 걸 알아냈다. 식용유로 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을 볶으면 나물 고유의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해산물과 야채에서 추출한 볶음용 소스도 개발했다. 트랜스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는 비빔밥을 만든 것이다. 신 대표가 개발한 냉동 기술은 떡국과 냉면 등 다른 한식에도 무궁무진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미 대만의 한 유통업체는 그에게 “떡볶이를 공급해 달라”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신 대표가 이끄는 장충동 왕족발은 ‘우리가 만든 음식은 내 가족도 먹는다’는 신념으로 지난해 166개 가맹점에서 147억 원의 매출을 냈다. 이달 초 제10회 ‘한국프랜차이즈대상’ 시상식에서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급속 동결기계 설비를 확충하고 있는 신 대표는 “이르면 올해 말 ‘장충동 왕족발’표 비빔밥을 일본으로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토추 상사가 이 회사의 비빔밥 납품을 여간 조르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