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울진원전’ 누구 손에… 16일은 운명의 날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49분


“750조 세계시장 교두보”
건설 빅3 컨소시엄 구성

1조5000억 공사 수주 총력

국내 건설업계의 빅3인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 대우건설에 이달 16일은 ‘운명의 날’이다. 총 1조5000억 원 규모의 대형 플랜트공사인 신울진원자력발전소 1, 2호기의 입찰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각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번만큼은 절대 져선 안 된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신울진원전 입찰과 관련된 내용은 기업 내부에서도 최고급 기밀 사항에 속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신울진원전 사업은 회사의 내부 회의에서 섣부른 예측이나 발언이 금기시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이 공사를 따내는 업체는 ‘녹색성장’이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며 원자력발전이 다시 각광을 받는 상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원전 공사의 선두주자 자리를 굳힐 수 있다. 건설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요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 ‘원전사업 진출’ 특명

신울진원전 1, 2호기 공사에는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빅3 업체 외에 다른 대형 건설업체들도 합종연횡을 통해 깊숙이 간여하고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에는 GS건설과 SK건설이, 삼성건설 컨소시엄에는 대림산업과 금호산업이, 대우건설 컨소시엄에는 두산중공업과 포스코건설이 각각 참여하고 있다.

업체들은 이번 입찰을 앞두고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현대건설은 3월 김중겸 사장이 취임한 직후 원전부문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관련 사업부를 전기사업본부와 통합해 ‘전력사업본부’로 독립시키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GS건설은 지난해 플랜트사업본부에 속해 있던 원전사업 부서를 ‘발전사업본부’로 독립시켰고, 올해 초에는 환경사업본부까지 통합해 발전환경사업본부로 확대했다. 특히 GS는 앞으로 원전공사 경험이 있는 업체를 인수합병(M&A)하거나 관련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법으로 원전공사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동아건설도 4월 미국의 허시 캐피털과 ‘동아건설 미국법인’을 만들어 엑셀론, 듀크 등 미국 내 원전사업 전문업체들과 미국 원전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대우건설과 삼성건설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원전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현지 법규 등을 조사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287기 신규 발주

메이저 건설사들이 이처럼 원전 수주에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국내외 원전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지난해 8월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1400∼1600MW급 원전 10기를 더 한국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캐나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서 총 287기의 신규 원전이 발주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건설될 원전시장의 규모는 약 75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대형 업체들은 꾸준히 국내 원전시공에 참여하면서 기술을 축적해 원전 공사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다. 허정재 GS건설 발전환경사업본부장(부사장)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계기로 상당수 나라가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면서 “이로 인해 한국 일본 프랑스 미국의 일부 업체만 최근에 원전을 지어 봤으며 이 중에서도 한국 업체들의 기술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원전공사에는 상당한 정치, 외교적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어 각 업체들은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허 본부장은 “원전은 대단히 민감한 사업이어서 특히 정치 정세가 불안한 국가에선 정치적 이유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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