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충북 재래시장엔 ‘장 보는 재미’가 있다

  • 입력 2009년 5월 29일 06시 31분


공동쿠폰… 번개세일… 리콜제 도입…

2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내덕 자연시장’. 정우택 충북지사는 이날 도청 직원 수십 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곳곳을 다니며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양말 등을 구입한 뒤 청국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시장을 떠났다.

이날은 충북도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2006년 9월부터 시작한 ‘삼수 패밀리데이’. 정 지사는 매달 세 번째 수요일에 열리는 이 행사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중소기업청은 이 시책을 재래시장 활성화의 모범사례로 도입하고 지난해 9월부터 전국에 확대 시행 중이다.

충북도와 각 지방자치단체, 재래시장연합회 등이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비가림막이나 주차장 설치는 기본이고 상인대학, 쿠폰제 등 ‘찾아오는 시장’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90여 개 점포로 이뤄진 청주 가경터미널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쿠폰을 준다. 이 쿠폰을 30장이나 50장 단위로 모아 상인회에 내면 상품권으로 교환해 준다. 이 상품권은 시장 내 쿠폰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2007년 9월 시작해 지금까지 120만 장의 쿠폰이 발행됐으며 8000명이 상품권으로 교환해 갔다. 오병조 가경터미널시장상인회장(45)은 “일본 재래시장의 ‘스탬프 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공동쿠폰제를 도입했다”며 “손님이 크게 늘고 경기 화성과 전북 익산 등 전국에서 이 제도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회는 최근 캐릭터와 심벌마크도 만들었다.

180개 점포가 운영 중인 청주 북부시장이 3월부터 시작한 ‘백배 친절’ 운동도 매출 증가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리콜제를 통해 품질 100% 보증, 원산지를 속여 팔 경우 100배 보상, 항상 웃는 얼굴로 고객 맞이하기 등이 골자인 이 운동 덕분에 매출이 20% 가까이 늘었다. 보은군은 지역 재래시장과 관광지인 속리산을 연계한 하루 코스의 관광상품을 내놨으며 제천 내토시장은 주 3회 ‘번개세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상인들의 의식 변화를 위한 교육도 시장마다 열리고 있다. 청주가경터미널시장과 충주시 중앙공설시장 등 4개 시장에서는 마케팅 및 상품진열 기법, 친절 교육 등으로 구성된 상인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충북도가 2007년 시작한 ‘전통시장 러브투어’는 지금까지 82차례에 걸쳐 1만여 명의 대도시 주민들이 다녀가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충북 각 시군의 전통시장과 관광지 방문, 지역문화 체험으로 구성된 러브투어는 올해 2만 명 방문을 목표로 세웠다.

충북도 이학재 시장개선팀장은 “대형마트 입주와 24시간 영업 등으로 충북도내 재래시장들이 힘든 상황이지만 상인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운영하면서 전국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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