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자산시장 외환위기 학습효과 조짐… 高환율 속 외국자본 과투자 경계해야
○ 주식, 채권시장 분위기는 비슷
외환위기 직후와 가장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자산은 주식이다.
외환위기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1997년 7월에 코스피는 700 선을 웃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같은 해 12월 24일 주가는 350 선으로 반 토막 났지만 이듬해인 1998년 말에 560 선, 1999년 7월에 1,000 선을 돌파했다. 한편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10월에 바닥을 친 코스피는 현재 40%가량 급반등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상황,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 등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경기가 어느 정도 바닥을 찍은 지금 주식을 싸게 산 사람들은 외환위기 직후 투자한 사람들처럼 장기적으로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외환위기 직후 국내 ‘AAA 등급’ 기업 채권의 연간 금리는 30% 이상으로 솟구쳐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은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었다. 금융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직후처럼 지금도 채권투자가 유망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기대 수익률은 외환위기 때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투기등급인 국내 3년 만기 ‘BBB―’ 등급 채권의 연 수익률은 11∼12% 수준이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외환위기 때 정부와 한국은행은 IMF의 조언에 따라 고금리 정책을 폈지만 이번에는 금리를 낮추고 있어 채권 금리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양호한 점도 채권 금리가 낮은 이유다.
○ 부동산 급등 기대 어려워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이 올 초부터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부동산 가격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게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외환위기 이후처럼 급등하기 어렵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우선 1998년 말 92%였던 주택보급률은 지난해 말 107.1%로 15.1%포인트 상승했다. 주택 교체 수요를 주도하는 30, 40대 인구도 2007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가계의 부채는 늘고 저축은 줄었으며, 그 사이 만들어진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까지 겹쳐 주택 수요자의 구매력이 크게 약화됐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외환위기 때와 달리 한국의 주택가격은 아직 급락하지도 않았고, 구매 여력도 많이 줄어 과거처럼 전반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유동성 버블’에 따른 주택가격 인플레이션이나 공급이 정체된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의 상승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환율 급락 땐 자산가치도 하락 가능성
경제 전문가들은 특히 외환위기 때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자금이 증시나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시점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 위기설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던 올해 초부터 원화가치가 과도하게 떨어졌다고 판단한 외국인들은 ‘환차익’을 노리고 국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자산가격 회복세를 견인하고 있다. 외환위기가 터진 뒤 환율이 안정되고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로 들어선 2000년이 돼서야 국내 증시 등 자산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본격화된 것과 다른 점이다. 21세기경제연구소의 최용식 소장은 “앞으로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외국인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자산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화보]‘신종플루’ 공포에 사로잡힌 지구촌
[화보]영화 ‘스타 트렉’ 할리우드 시사회
[화보]네덜란드 ‘여왕의 날’…무차별 돌진
[화보]모델 ‘제라 마리아노’ 숨막히는 몸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