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위관리 “오바마 FTA진전 발언은 원론적 표현”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백악관 車문제 조정 방침 확고”

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FTA 문제를 진전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한 걸 놓고 한국 일각에서 “한미 FTA 논의에 급진전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측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 고위관리는 비공식 발언임을 전제로 “백악관의 한미 FTA에 대한 견해는 변함이 없다. 자동차 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보내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정통한 소식통이 3일 전했다. 한국 정부가 FTA 문제의 진전을 열렬히 바라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도 한미동맹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화답해 줬지만 원론적 차원을 벗어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한 관리도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에서 새 정부의 입장 정리를 위한 검토 속도를 빨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자동차 문제의 조정 없는 FTA 비준은 불가능하다는 게 백악관과 민주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행정부 내 한반도 문제 담당자들은 백악관이 유연한 태도를 보이길 바라지만 오바마 정부 고위층과 민주당 핵심층에선 한미 FTA를 ‘자동차 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다루기 골치 아픈, 조지 W 부시 정부의 유산(遺産)’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자동차 문제가 풀리면 한미 FTA 비준은 단지 시기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 행정부 관리는 오바마 대통령 수행기자단을 상대로 한 배경설명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일정에 대한 논의는 없었으며, 한미 FTA의 완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양 정상이) 인정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전했다. 이 관리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 문제를 진전시키는 데 한미 모두 어려움이 있지만, 진전이 이뤄지길 희망하며 실무진이 진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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