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9주년]원더 우먼들, 부드러운 감성경영의 힘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재계 여성 경영인들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감성 경영으로 거친 불황의 늪을 헤쳐 나가는 ‘여걸(女傑)’들의 활동무대가 활짝 펼쳐진 것이다.

남편의 뒤를 이어 경영 일선에 뛰어든 대표적 ‘활동파’로는 애경그룹의 장영신 회장(73)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54) 등이 꼽힌다. 1972년 타계한 남편(채몽인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회사를 맡은 장 회장은 뛰어난 경영 수완으로 회사를 계열사 23개, 매출액 3조5000억 원의 중견 그룹으로 키웠다. 지금은 실질적 경영권을 세 아들(채형석·동석 부회장, 채승석 사장)과 사위(안용찬 부회장)에게 넘기고 애경복지재단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2003년 사별한 남편(정몽헌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최고경영자(CEO)가 된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대그룹은 2012년까지 재계 순위 13위(현재 2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선언을 했다. 최근 그룹 운영회의를 통해서는 올해 계열사별로 경쟁력이 뛰어난 1등 브랜드 핵심사업을 집중 육성하라고 지시하는 등 경기 침체를 극복할 만한 중장기 전략 수립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신격호 롯데그룹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롯데면세점 사장(67)은 1988년부터 20년간 롯데쇼핑 부사장 직위를 가졌으나 지난해 사장으로 직위가 격상됐다. 신 사장은 두 회사 모두 대표이사에 선임되지는 않았으나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동생인 신동빈 부회장에게 유통사업 관련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47)은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타계한 이듬해인 2007년 부회장으로 선임됐다가 지난해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최근 들어 주요 경영회의에 참석하고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등 CEO로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66)은 1991년 삼성에서 계열 분리한 회사를 백화점과 할인점 중심으로 키워 냈다. 특히 그룹의 주력이 된 이마트는 이 회장이 직접 사업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주요 매장 개점 등을 직접 챙기는 등 현장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전 회장의 차녀이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롸이즈온 대표(53)는 1975년 동양제과를 통해 그룹에 입사했다. 그룹 주요 계열사인 온미디어와 미디어플렉스, 롸이즈온에 돌아가며 출근하고 있으며, 직원들과의 브레인스토밍 회의에도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독일 패션 브랜드 MCM을 인수해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고 있는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53)은 올해도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한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있다.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장녀인 보령제약의 김은선 회장(51)도 1986년 입사해 다양한 부서를 두루 경험했다. 1월 회장에 취임해 실질적인 기업 승계에 나섰다.

이 밖에 가업을 이어 경영 일선에 뛰어든 2세대 여성 기업인들로는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 신라 전무(38),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36) 등이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딸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37)는 전공을 살려 호텔의 리노베이션 등 디자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 조현아 상무(35)는 기내식사업본부장으로 일선 경험을 쌓고 있다. 창업주 이윤재 회장의 장녀인 이주연 피죤 부회장(45) 역시 주목받는 2세대 여성 기업인이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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