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차-수입차 업계, 서로 다른 ‘생존 마케팅’ 레이스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국내차 업계는 불황 탈출을 위해 ‘희망’을 마케팅 주제로 택했다. 기아자동차가 이달 말까지 실시하는 ‘희망 가득, 봉고 트럭 주인공을 찾습니다’ 이벤트.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개업·창업 수기를 공모해 우수작 3명에게 1t 트럭을 제공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 기아자동차
국내차 업계는 불황 탈출을 위해 ‘희망’을 마케팅 주제로 택했다. 기아자동차가 이달 말까지 실시하는 ‘희망 가득, 봉고 트럭 주인공을 찾습니다’ 이벤트.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개업·창업 수기를 공모해 우수작 3명에게 1t 트럭을 제공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 기아자동차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시름이 깊어가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는 ‘희망과 행복’이 가득하다.

국내 산업계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의 충격을 가장 먼저 받은 분야는 자동차 업계다. 올 들어 해외는 물론 내수 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생존을 위해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들의 공통적인 마케팅 주제는 ‘희망과 행복’이다.》

희망을 전합니다

국내차 업계 ‘고객 행복’에 초점

경품-신입사원 할인 등 서비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기아자동차다. 기아차는 지난달부터 ‘2009 희망-행복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전국 기아차 영업소를 찾거나 기아차를 구입한 고객에게 1억 원의 행운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응모권을 접수시킨 고객 중 1명을 추첨해 ‘행복기금 1억 원’을 전달한다. 기금 중 40%는 당첨자 명의로 ‘희망기금’에 기부된다.

또 이달 말까지 ‘희망가득, 봉고 트럭 주인공을 찾습니다’라는 주제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개업·창업 수기를 공모한다. 우수작 3명에게는 ‘희망기금’으로 마련된 1t 트럭을 제공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를 통해 국민이 어두운 소식을 잠시나마 잊도록 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김연아 선수를 내세운 광고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현대차는 3, 4월을 ‘행복한 봄의 축제’ 기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이벤트와 판촉 활동을 펼친다. 우선 이 기간에 전시장을 방문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1만2000명에게 총 10억 원의 경품을 제공한다. 또 현대차 지점이나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에게는 김연아 선수의 브로마이드를 선물로 준다.

4, 5월 결혼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신형 에쿠스와 제네시스 웨딩카 이벤트도 진행한다. 응모 고객 중 100명을 추첨해 운전사와 함께 웨딩카를 제공하며, 각종 장식과 유류비 등도 모두 현대차가 부담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 박세리 선수를 통해 국민이 희망을 가졌듯이 이번 위기에는 김연아 선수가 국민적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한 이벤트”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1월에도 ‘2009 희망엔진 프로젝트’ 이벤트를 통해 현대차 구입 고객과 추천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할인 혜택과 푸짐한 경품을 제공한 바 있다.

GM대우자동차는 다음 달까지 2개월에 걸쳐 ‘2009 희망 프로젝트 특별 할인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올해 새로 자녀를 출산하는 가구가 3, 4월 중 자사(自社) 차량(베리타스 제외)을 구입할 경우 첫째 자녀 출산 시 10만 원, 둘째는 20만 원, 셋째는 30만 원을 할인해 준다. 출산에 관계없이 18세 미만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에는 30만 원을 할인해 준다.

또 올해 새 출발을 하는 신혼부부, 신규 취업·창업자, 대학·대학원 신입생,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 등에게는 20만 원을 할인해 준다.

최안수 GM대우차 국내영업·마케팅본부 전무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새로운 시작을 위해 희망이 필요한 고객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려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봄을 맞아 이달 한 달간 신입사원, 신입생, 신혼부부, 신생아 출산 등 올해 새롭게 출발하는 고객에게 2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실속을 드립니다

수입차 업계 “2030 큰손 잡아라”

젊은층 대상 엔트리급 잇단 출시

‘럭셔리’ 일색이던 수입차 시장이 ‘실속과 합리’를 강조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중대형 세단의 판매가 주춤하자 3000만 원대 소형차 비중을 늘려 젊은 고객에게 다가서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20, 30대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하고 생각보다 구매력이 강한 데다 자기 표현력이 강한 소비패턴으로 수입차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 중이다.

업계는 이들 고객을 잡기 위해 엔트리급 모델을 속속 늘리는 한편 초기 부담금을 줄여 쉽게 수입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 엔트리급 소형차 확대

브랜드마다 3000만 원대 소형차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최고급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BMW는 최근 1시리즈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기본형 가격이 3980만 원인 ‘120d 쿠페’다. 2.0L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연료소비효율은 L당 15.9km로 높은 편이어서 실속을 따지는 젊은 층을 공략한 모델이다. 회사 측은 출시 행사도 20, 30대가 몰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에서 열어 젊은 층의 눈길을 붙잡는 데 주력했다.

메르세데스벤츠에는 ‘뉴 제너레이션 My B’가 있다. 젊은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기존 ‘My B’에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기능이 더해졌다. 특히 자동 주차가 가능한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와 블루투스 기능, 통합 오디오 시스템 등으로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2.0L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최고출력 136마력과 최대토크 18.9kg·m를 낸다. 연비는 L당 12.8km.

크라이슬러는 2920만 원의 신형 ‘컴패스’를 내놨다. 신형 컴패스에는 대시보드 전체에 걸쳐 트렌디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글러브박스 수납함, 오디오 컨트롤 스위치, 계기반 등에 다양한 크롬 악센트가 더해져 감각적으로 변했다. 특히 보스턴 어쿠스틱스 프리미엄 오디오가 장착돼 동급 최고 음향시스템을 자랑한다. 연비도 L당 10km로 개선됐다.

○ 젊은 층 겨냥, 초기 부담 줄여

마케팅도 20, 30대가 선뜻 차를 살 수 있도록 초기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돼 있다.

볼보는 3월 한 달간 ‘C30 2.4i’ 모델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차 값의 30%를 3년 뒤에 내도록 하는 유예 할부 서비스를 실시한다. 우선 차 값의 35%인 1162만9000원만 내면 된다. 그 뒤 36개월 동안 매달 47만 원을 내고 나머지 30%인 996만8000원의 유예금은 3년 뒤에 내는 방식이다.

볼보 관계자는 “지난해 구매 고객을 분석한 결과 30대 비중이 32%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앞으로도 젊은 층의 비중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동차업계가 어려워져 할인 판매를 강화할 여력이 많지는 않지만 젊은 고객 대상의 마케팅은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조는 3000만 원대 ‘207’ 전 라인과 ‘307SW’ 등을 대상으로 유예금을 60%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207CC’는 차 값 3450만 원의 30%인 1035만 원을 내고 36개월 동안 매달 37만5367원을 낸 뒤 유예금 60%를 지불하면 된다. 여기에 등록세와 취득세까지 지원해 준다.

중소형 수입차의 대표 모델인 폴크스바겐의 ‘골프’는 12개월 무이자로 구입할 수 있다. 3070만 원의 ‘골프 2.0 TDI’를 선수금 921만 원에 12개월 동안 매달 51만2000원씩 내면 된다. 유예금은 50%로 1536만 원이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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