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행세까지 하며 三星제품 팔았었는데…”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4분


삼성전자 오동진 前사장 퇴임 인사글 잔잔한 감동

“‘한번 해 보자’는 열정과 오기로 뛰어다녔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삼성전자의) 글로벌 톱 위상은 참으로 감격스러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오동진 전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61·사진)이 ‘삼성과 함께한 35년을 돌아보며’라는 제목으로 사내(社內) 인트라넷에 올린 글이 삼성 내부에서 잔잔한 감동을 낳고 있다.

오 전 사장은 197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 인사팀장, 그룹 비서실 감사팀장, 삼성전자 동남아총괄 부사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그는 “(1970년대) 한국이라는 나라, 삼성 브랜드 및 제품력은 모두 일천해 중·후진국 시장 중심의 개척이 불가피했다”며 “(나는) 왕왕 일본인으로 행세를 하며 변변한 제품 하나 없이 카탈로그만으로 오지(奧地)를 오지랖 넓게 다녔다”고 회고했다.

2005년 1월∼2009년 1월 삼성전자의 북미총괄을 이끌었던 오 전 사장은 “마지막 임지인 미국에서 과거 (아날로그) 패러다임과는 다른 디지털 시대에 승자독식이란 냉엄한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도약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찾은 해답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항상 강조해온 ‘사람’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인종 색깔 사고(思考)가 다르더라도 시장은 현지인이 문제도, 방법도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어떻게 하면 우수한 인력을 뽑고 삼성화하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오 전 사장은 “지금 삼성은 다시 혹독하게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지만 이런 ‘삼성 웨이(Way)’로 모두를 어디에서든지 아우를 수 있고 부담 없이 뿌리내릴 수 있다면 굳건히 발전하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 말미에서 ‘할 수 있다’ 정신을 강조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고마움 속에 연부역강(年富力强·나이가 젊고 기력이 왕성함)한 후배들에게 ‘Yes, We can’에서 ‘Yes, You Can’으로 바통을 넘기면서 (저는) 뒤에서 마음으로 후원하는 평범한 일상인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오 전 사장의 글을 읽은 삼성의 후배들은 “나도 20년, 30년 뒤 이런 글을 후배에게 남길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어려운 시기에 후배들에게 감동의 글을 전해주신 선배님께 감사한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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