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같은 훌륭한 선수되면 사인이나 한 장 해주렴”

  • 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희망 잃지 말아라”하민호 변호사(왼쪽)가 6일 낮 서울 강동구의 한 식당에서 ‘2009 함께하는 희망찾기-변호사님과 친구 됐어요’ 캠페인을 통해 일대일 결연을 한 중학생 J 군과 식사를 함께 하면서 “어려움을 딛고 축구선수로 대성하라”며 격려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희망 잃지 말아라”
하민호 변호사(왼쪽)가 6일 낮 서울 강동구의 한 식당에서 ‘2009 함께하는 희망찾기-변호사님과 친구 됐어요’ 캠페인을 통해 일대일 결연을 한 중학생 J 군과 식사를 함께 하면서 “어려움을 딛고 축구선수로 대성하라”며 격려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 ‘사랑의 결연’ 맺은 변호사들

기부왕 변호사… 前 법원장…前 검찰총장…

“사회에서 받은 도움 100배로 보답해야죠”

저소득층 자녀 돕기 캠페인 참여 줄이어

법무법인 남산의 하민호 대표변호사(47·사법시험 25회)는 1986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20여 년 동안 매년 자신의 소득 중 5%가량을 한 복지재단에 기부해 오고 있다.

처음 법무법인 남산에 들어왔을 때에 법조 대선배였던 임동진 당시 대표변호사가 5, 6곳의 사회복지시설에 자신의 수입 중 상당 부분을 꾸준히 기부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아 시작한 일이었다.

하 변호사는 ‘2009 함께하는 희망 찾기-변호사님과 친구됐어요’ 캠페인에도 4명의 청소년을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이전부터 해온 ‘소년소녀 가장 및 재감자 자녀 돕기’ 캠페인에 참여해 8년 전부터 후원해온 4명까지 합하면 하 변호사가 후원하는 학생은 이제 8명에 이른다.

▽“축구선수 되면 사인해 줄래?”=6일 낮 하 변호사는 서울 강동구의 한 식당에서 캠페인을 통해 결연을 맺은 J 군(15·중3)을 만났다.

J 군은 3개월 전부터 학교 축구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 때 운동을 시작한 또래들에 비해 출발이 늦은 탓에 기본기나 체력이 달리는 편이다.

축구에 전념해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하지만, 한 달에 55만 원씩 내야 하는 축구부 회비 때문에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부모가 7세 때 이혼한 뒤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3년 전 아버지마저 사업에 실패하고 외국에 나가 있는 바람에 소득이 없는 조부모, 남동생과 함께 사글세 집에 살고 있다.

J 군의 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박지성 선수처럼 세계적 축구선수가 돼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께 효도하는 것.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을 딛고 스타플레이어가 된 박 선수의 성장기를 다룬 ‘꿈을 향해 달려라’와 ‘멈추지 않는 도전’을 틈날 때마다 읽으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J 군은 하 변호사의 후원금을 다음 달 열리는 축구대회에 신고 나갈 인조잔디용 축구화를 사는 데 보탤 생각이다.

하 변호사는 이날 만남에서 J 군이 좋아하는 삼겹살을 구워 주며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사람은 의지가 강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격려했다. J 군은 축구선수로 성공하면 하 변호사를 초청해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사인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변호사들 ‘나눔 동참’=이번 캠페인을 통해 4명의 학생과 결연을 맺은 법무법인 바른길 서울의 박선주 대표변호사(62·사법시험 23회)는 지인들 사이에서 ‘기부왕’으로 불린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최근까지 모교인 건국대에 모두 2억7000만 원을 기부했다. 건국대는 박 변호사의 이름을 따 ‘박선주 장학금’을 만들었고, 매년 10명 안팎의 학생이 100만 원가량의 장학금을 받고 있다.

홍수, 가뭄 등 천재지변이 있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과 성금 모금에 앞장서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후원회에서는 간사를 맡고 있다.

박 변호사가 기부에 남다른 애착을 갖게 된 것은 학창 시절 받은 장학금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그는 “197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니며 당시 돈으로는 거금인 100만 원가량의 장학금을 받았고 덕분에 사법시험까지 합격했다”며 “사회 기부는 ‘내가 받은 도움의 100배를 사회에 돌려주겠다’던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법원,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의 참여도 줄을 잇고 있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낸 변동걸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서울고검장을 지낸 홍경식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등이 캠페인에 참가했다.

2월 중순부터 8일까지 서울변호사회에 후원 신청서를 낸 변호사는 210명이며, 약정 계좌는 318계좌로 전체 후원금 규모는 2년 동안 3억8160만 원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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