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외국인 전용 카지노 불황속 대호황

  • 입력 2009년 2월 27일 16시 25분


◆그들만의 대호황, 외국인 전용 카지노

(박제균 앵커) 경기 침체에 환율 상승까지 겹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환율 상승 덕분에 요즘 같은 때에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데요.

(김현수 앵커) 특히 엔고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카지노로 몰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사회부 이헌재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다녀오셨죠?

(이헌재) 네, 25일 저녁 서울 중구에 있는 세븐럭 카지노 밀레니엄 서울 힐튼점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찾았던 때는 오후 7시 정도였는데요.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안에 있는 57개의 테이블에서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점점 많이 늘어났는데요. 오후 9시 경이 되자 서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고요, 빈 자리가 많았던 슬럿 머신에도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카지노 밖에 있는 주차장에서는 관광객들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손님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피로함을 호소하는 딜러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한 딜러는 "원래 1시간을 일한 뒤 20분을 쉬는데 요즘은 2시간을 일하고 10분밖에 못 쉬기도 한다"며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교대가 안 될 때도 있다"고 하더군요.

(박 앵커) 손님들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일본인 관광객이라면서요.

(이)그렇습니다. 이전에도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일본인이었는데요. 엔화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세븐럭은 힐튼점과 강남점, 부산 롯데점 세 곳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이 세 곳을 찾는 입장객 중 일본인의 비율은 56.3%였습니다. 이달 들어 이 비율은 63.8%로 늘어났습니다.

일본인들이 자주 찾는 도심이나 명동과 가까운 곳에 있는 힐튼점만 따로 보면 일본인 고객 비율이 71.4%나 됐습니다. 카지노를 찾은 손님 10명 중에 7명은 일본인이라는 것이죠.

(김 앵커) 일본인들이 주 고객이 된 것은 아무래도 환율의 영향이 클 거 같은데요.

(이) 카지노 안에 있는 환전소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스고이'란 단어입니다. 일본어로 '대단하다'란 뜻인데요. 일본인 고객들은 주로 1만 엔 단위로 환전을 하는데요.

예전 같으면 1만 엔을 내면 8, 9만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15만 원 이상을 받습니다. 일본 관광객의 대다수는 돈을 바꿀 때 무척 기쁜 표정을 짓는다고 합니다.

도쿄에서 왔다는 이케우치 나츠코란 여성 관광객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케우치 씨는 "아무래도 엔 화 가치가 지금이 가장 높은 때일 것 같다"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껏 즐기고 있다"고 하더군요.

광진구에서 워커힐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파라다이스도 환율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이 곳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 일본인 고객 수는 지난해 1월 5431명에서 올해 1월에는 4510명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인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매출은 51억4000만 원에서 93억3000만 원으로 82%나 증가했습니다.

(박 앵커) 그렇다면 강원도 정선에 있는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손님이 줄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강원랜드 역시 성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강원랜드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와 6% 늘었습니다. 입장객은 20% 정도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강원랜드를 찾는 사람 중에는 불황으로 고통 받는 중산충과 서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IP 고객 매출은 줄었지만 일반 고객 매출은 오히려 7.7% 늘어났습니다. 불황 속에서 '한 탕'을 노리는 심정으로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죠.

(박 앵커) 같은 호황이라도 성격에서는 차이가 있군요. 카지노의 두 얼굴을 보는 것 같이 기분이 씁쓸하네요.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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