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익률” LG “점유율”…휴대전화 맞수 또 엇갈린 선택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5분


삼성전자 신종균 부사장 “비즈니스 건전성 최우선”

LG전자 안승권 본부장 “판매량 1억대 돌파할 것”

■ 양사 스페인 ‘모바일 2009’ 참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대전화사업 전략을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경영의 초점을 내실(영업이익률)에, LG전자는 외형(시장점유율)에 맞추고 있는 듯한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은 외형을, LG는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이었다.

삼성전자가 신흥시장 공략을 전면에 내세워 시장 확대를 꾀한 반면 LG전자는 고가(高價) 프리미엄 폰을 내세워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 삼성의 야심작, ‘2-2-2 경영’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09’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전화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首長)들이 기자들을 만났다. 삼성전자 신종균 무선사업부장(부사장)과 LG전자 안승권 MC사업본부장(사장)이 주인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세계시장 점유율 20%, 판매량 2억 대 돌파 등 이른바 ‘트리플 투(2-2-2)’를 목표로 제시했다.

신 부사장은 “(세 가지 목표 가운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이 가장 중요하다”며 “비즈니스의 건전성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했다. 그 결과 러시아 시장에서 1위 업체인 노키아를 따라잡는 등 세계 곳곳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수확을 이뤘다.

반면 저가(低價)제품 비중이 늘면서 수익성은 떨어졌다.

이 회사 정보통신총괄(현 DMC부문 무선사업부+네트워크사업부)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1∼3월) 15.5%에서 2분기(4∼6월) 12.9%, 3분기(7∼9월)에는 7.3%로 줄어들더니 4분기(10∼12월)에는 2.1%까지 떨어졌다. 연간 영업이익률(8.9%)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 LG는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

LG전자는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두 자릿수 시장점유율 달성과 1억 대 판매 돌파를 양대 목표로 내세웠다. LG전자의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8.6%였다.

안 본부장은 “여러 목표 가운데 확정된 것은 시장점유율밖에 없다”고 밝혔다. 올해와 같은 상황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1.0%에 이르렀다. 4분기는 5.2%에 그쳤지만 1∼3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고가 폰에 주력하면서 휴대전화의 대당 평균 판매단가가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저가제품을 늘려가던 경쟁사들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안 본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휴대전화업계 구조조정 시기에는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 전략은 달라도 생각은 하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러한 전략 수정은 올해 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는 동일한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올해 휴대전화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7∼15%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언제쯤 회복될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신 부사장은 시장 전망이 “너무 어둡다”고 말했다. ‘언제쯤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안 본부장도 “경기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올해 안에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큰 틀에서의 사업 목표와 경영전략은 다르지만 상황 인식이 비슷하다 보니 제품 및 지역전략 등에서는 닮은 점도 많다.

우선 줄기차게 신흥시장을 주목한다는 점이다. 신흥시장은 아직 휴대전화 보급률이 낮은 곳이 많아 경기침체에도 성장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MWC에서 두 회사가 선보일 전략 폰은 모두 사용자의 감각에 호소하고 있다. 삼성은 이를 ‘터치’라고 표현했고 LG는 사용자환경(UI)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사용자가 얼마나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느냐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카메라나 MP3플레이어, 인터넷 연결 등 휴대전화에서 기능 덧붙이기 경쟁이 거의 끝났음을 뜻한다.



바르셀로나=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