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회사 눈부신 실적 급등 알고보니…

  • 입력 2009년 2월 9일 03시 14분


업계 호황에 환차손 빼는 회계방식 큰 몫… 현대상선 작년 순익 7036억

해운회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크게 좋아진 배경으로 영업호조 외에 회계 방식 변경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지난해 5867억 원과 335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각각 87%와 42%의 증가율을 보였다. 당기순이익 역시 7036억 원과 3214억 원으로 2007년 대비 297%와 123% 늘었다.

실적 발표를 앞둔 STX팬오션 측도 “지난해 말 벌크선 시황 폭락에도 불구하고 연간 영업실적은 크게 신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운업계의 이 같은 실적향상에는 정부의 허가에 따라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환차손을 장부에서 빼는 평가방식인 ‘기능통화제’를 도입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기능통화제란 평소에는 달러 등 실제 사용하는 통화(기능통화)로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결산기에만 원화로 환산하는 제도다. 이를 시행한 해운기업들이 외화 장기부채의 환율 평가손실을 실적에 기재하지 않고 별도 표기하면서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현대상선은 기능통화제 도입 전인 지난해 3분기까지(1∼9월)는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에서 1000억 원 가까운 적자를 봤다. 지난해 달러 강세 때문에 해외에서 빌린 돈을 원화로 환산하면서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는 ‘기능통화제’가 재무제표에 도입된 후인 5일 발표한 이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000억 원대 흑자로 ‘역전’됐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실제 해운업은 거의 모든 거래가 달러로 이루어진다”며 “기능통화제를 도입하는 것이 실제 기업실적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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