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도 인력과잉… 27% “조정 불가피”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9분


■ 기업중앙회 1415곳 조사

대기업 납품 뚝… 4곳중 1곳 일감 없어

‘인력확보 어렵다’ 작년보다 절반 이하로

경남 진해시 마천공단의 A주물업체.

직원 50여 명 규모의 이 회사는 올해 들어 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하고 현재 내년 분 휴가까지 벌써 앞당겨 쓰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데, 해당 회사가 당분간 납품을 하지 말라고 통보해 직원들 일손을 마냥 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 총무팀 관계자는 “일자리 나누기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임금을 깎더라도 현 고용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일감이 없어 인력이 남아도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직원 해고 등의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 4곳 중 1곳은 일감이 없어서 인력이 과잉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 경제에서 전체 일자리의 88%를 책임지고 있어 ‘일자리의 보고(寶庫)’로 꼽는 중소기업에 구조조정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12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중소제조업체 1415곳을 대상으로 현 고용 수준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27.1%가 ‘고용 과잉’이라고 답했다고 2일 밝혔다. ‘다소 과잉’으로 답한 기업은 24.3%, ‘매우 과잉’이라고 한 곳은 2.8%였다. 이는 2002년 4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뒤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해 12월 26.6%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또 설문 결과를 지수로 환산한 1월의 ‘고용수준실적 중소기업 건강도지수(SBHI)’는 108.5로 지난해 11월의 103.8 이후 3개월 연속 100을 웃돌고 있다. 고용 관련 SBHI가 100 이상이면 전월보다 일자리가 많다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이 지수가 3개월 연속 100을 웃도는 것은 처음이며 통계 작성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이 지수는 2005년 2월(100)을 제외하고는 항상 기준치(100)를 밑돌며 ‘인력 부족’을 나타냈다.

유광수 중기중앙회 조사통계팀장은 “중소기업이 그동안 구인난을 호소했지만 이는 우수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었고 요즘에는 일감 부족으로 생존을 위해 기존 직원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주요 경영난을 묻는 질문에 ‘인력 확보가 곤란하다’고 답한 업체는 전체의 8.4%로 지난해 1월(15.9%)보다 절반 정도로 줄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노사합의로 임금을 깎아 일자리를 나눈 중소기업에 깎인 임금의 50%가량을 비용으로 간주해 손금 산입을 허용하는 등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자리 나누기는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일 경우에 가능하다”며 “중소기업 고용과 관련된 특단의 대책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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