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통상마찰… 위협받는 WTO체제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9분


美-中 환율조작 공방… 러시아 등 관세인상 러시

일부선 “일자리 빼앗아” 외국인근로자 혐오증도

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보호무역 장벽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일부 주요국이 외교마찰을 빚는 등 통상전쟁으로 번질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중국의 환율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중국은 지난달 2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번 경제위기의 책임을 물어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중국산 볼트와 스크루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프랑스 의회는 260억 유로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키면서 고속철도 건설은 프랑스의 알스톰사, 핵발전소는 프랑스의 아레바사에 맡기는 등 인프라 건설 사업의 상당 부분을 자국 기업에 할당하도록 했다.

아르헨티나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신발과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신설했고 러시아는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 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서는 최근 정유시설과 발전소 근로자들이 외국인 근로자가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며 항의시위를 벌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또 호황기에 수백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건설 현장에 투입했던 스페인에서는 일자리를 보호해 달라는 자국 근로자가 늘어나자 3년 안에 스페인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약속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상당액의 실업급여까지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무역장벽을 낮춘다는 취지로 설립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위협받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이 최근 미국 등 여러 국가가 자국의 은행 및 자동차 업체 구제방안을 속속 내놓자 “특정 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과 보조금 지급은 WTO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보호무역주의가 WTO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