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첫 분기 적자 ‘어닝 쇼크’

  • 입력 2009년 1월 24일 02시 56분


반도체 - LCD가격 폭락 직격탄

“삼성마저…” 경제먹구름 현실화

삼성전자株 4.12% 하락… 코스피 끌어내려

휴대전화 사상최대 판매… “경쟁사보다 양호”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세계 경기 침체의 파고를 비켜가지 못하고 지난해 4분기(10∼12월) 94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전자가 분기별 실적을 집계한 2000년 이후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경제계는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3일 지난해 4분기 국내 본사를 기준으로 18조4500억 원의 매출에 94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디지털미디어 등 휴대전화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의 실적이 악화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실적은 사상 최대 성적을 거뒀다.

해외 실적을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전체 118조38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 ‘어닝 쇼크’에 경제계 충격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낸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놓고 경제계는 “삼성전자 너마저…”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손실은 증권가가 당초 예상한 3000억∼4000억 원을 2배 이상 웃도는 규모였다.

이에 따라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株價)가 4.12% 하락한 것은 물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확대로 코스피도 22.83포인트 빠졌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내부적인 것이라기보다 바깥 요인이 크다. 제품 경쟁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급속히 위축돼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가 줄면서 부품인 반도체와 LCD의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진 게 컸다.

삼성전자는 두 사업부문에서 각각 5600억 원과 35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휴대전화 사업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인 5280만 대의 판매량을 올리며 전년 동기보다 14% 성장했다. 이 기간 중 글로벌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 줄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놓았다.

○ “그래도 선전한 것”

삼성전자 측은 최근 경기 침체 상황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에 마케팅 비용으로 전 분기보다 9000억 원 이상 더 집행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삼성전자 우종삼 상무는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올린 것”이라며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주주설명회(IR)를 열었던 주요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도 이날 올해 매출과 이익, 투자 등 구체적 경영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대신 설 연휴 직후 휴대전화, TV, 생활가전 등 일부 사업에서만 6개월 단위의 사업계획만 마련할 계획이다. 그만큼 반도체나 LCD 등의 시장 상황을 점칠 수 없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협력업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가 작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 반도체 장비 등 중소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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