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린 돈, 증시유입 “호재” 인플레 유발 “악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2일 02시 59분


■ 올해 한국증시 4대변수

2009년 증시가 오늘 개장한다. 증권사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연간 증시 전망을 내놓았다. 대부분 코스피 최고치를 1,400보다 높게 잡는 등 상당히 낙관적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작년에도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가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톡톡히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이젠 전문가들의 예상을 곧이곧대로 믿는 투자자도 그리 많지 않다. 정확한 지수를 맞히는 것은 ‘신(神)의 영역’이라는 말이 오히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중요한 것은 전망의 결과가 아니라 그렇게 예상하는 근거다. 한 해의 호재와 악재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적어도 미리 알고 있는 변수에는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다. 평소 낙관론과 비관론을 두루 경청해야 하는 이유다. 증권사들의 전망을 바탕으로 새해 증시의 판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외 핵심 경제변수들을 미리 점검해 본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신용경색

美경제 악순환… 새 악재 터질수도

지난해 가을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마비 증세를 보였다. 신규투자나 대출이 막히면서 경제주체들 간에 돈이 돌지 않았다.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들은 보유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고 개인투자자들까지 투매에 나서면서 증시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각국의 재빠른 정책 공조로 어느 정도 공황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아직은 시장의 신뢰가 회복됐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오히려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재발하거나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미국 부동산가격 폭락은 지난해 10월에도 이어졌다. 실물경제로 확산되면 또 다른 파생상품이나 신용카드발(發) 위기가 새로 불거질 수도 있다.

HMC투자증권은 “2009년 미국 경제가 ‘금융 부실→소비 및 수요 감소→다시 금융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구조조정

국내 ‘조선-건설’ 美 ‘車 빅3’ 옥석가리기

올해 업종별 종목별 증시의 가장 주된 테마는 구조조정이다. 한국에서는 조선 건설 반도체 자동차업종 등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선 미국 자동차업체 ‘빅3’의 운명이 대표적인 변수다.

이에 따라 올해 증시의 운명은 기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는 상반기(1∼6월)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대신증권은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있는 매분기 첫째 달(1월, 4월 등)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특히 예상치 못한 대기업의 부도가 연쇄적으로 터지면 지난해 저점(938.75)이 붕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부실기업을 빨리 퇴출시켜 불확실성을 조기에 없애면 불행 중 다행이다.

만약 ‘마땅히 해야 할’ 구조조정이 지연된다면 두고두고 증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유동성

펀더멘털 받쳐줘야 유동성장세 지속

올해 강세장을 점치는 낙관론자들은 가장 중요한 근거로 각국의 금리인하 등으로 인한 유동성 공급을 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가 이어진다면 주식의 매력이 채권보다 높아져 시장에 풀린 돈이 조만간 다시 증시로 유입될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이런 인위적인 유동성 공급은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한화증권은 “통화팽창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것이 증시를 압박할 수 있다”며 “유동성 장세는 상품수요에 따른 것이 아니므로 오히려 경기침체라는 암초를 만나 급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장세 이후에도 주가 상승이 계속되려면 경제 펀더멘털의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유동성 확대로 인한 부작용은 2010년 이후 천천히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 수출

한국경제 버팀목 험난한 한해 예상

한국 경제에서 수출은 고용 소비 등 실물 지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수출이 잘되면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져 외국인 투자 유입 및 자본시장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나라 밖 사정이 최악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경제권이 올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중국마저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그동안의 과소비를 만회하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의 저축률이 급상승한다면 이는 수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과 해외 소비 감소로 수입도 함께 줄어든다는 점은 상쇄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했다.

또, 자동차 반도체 등의 업종에선 해외 경쟁업체들도 위기에 직면해 있어 원화가치 하락을 등에 업은 한국 수출업체들엔 점유율을 높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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