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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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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중 8명 “국가기간산업 빼고 민영화해야”
“변화의지 부족이 가장 큰 문제” 33%
“임금수준 낮다” 응답은 1명도 없어
“생산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제 개편, 상위직 직원 감축 등 약한 수준의 개혁을 하려고 해도 노조가 막는 바람에 쉽지 않더라. 노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국토해양부 산하 A공기업의 B 비상임 이사)
“에너지 관련 공기업인 C사의 기술 관련 시설을 가 봤더니 우주선 분위기가 날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외국에서는 실속을 따지지 기술 관련 시설을 그렇게 보여 주기 식으로 화려하게 꾸미지 않는다.”(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국내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비상임 이사 10명 중 4명은 공기업의 경영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10명 중 8명은 개혁이 시급하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사실은 동아일보가 30일 입수한 성균관대 경영연구소(소장 차동옥)의 ‘공기업 비상임 이사들의 공기업 개혁 의식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전화 설문조사는 국내 45개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비상임 이사 10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 “비효율적인 공기업 개혁 필요”
공기업의 경영 효율성에 대해 비상임 이사의 4.6%는 ‘매우 비효율적’, 34.9%는 ‘비효율적’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효율적’이란 답변은 13.8%, ‘매우 효율적’이란 응답은 0.9%에 불과했다.
공기업의 개혁 필요성에 대해선 ‘매우 필요하다’는 22.2%, ‘필요하다’는 63.9%인 반면 ‘필요 없다’는 대답은 한 명도 없었다.
비상임 이사들은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상근 임원이 아닌 외부 인사들. 하지만 주요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경영진 회의에 참석하고, 매달 일정 금액을 받는다.
차동옥 경영연구소장은 “비상임 이사들은 내부자면서 외부인의 시각으로 공기업이 처한 현실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당사자들이 왜 공기업 개혁이 필요한지를 보여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기업 개혁을 주장해온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도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 강하게,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변화 의지 부족이 가장 문제”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한 설문(복수 응답)에선 ‘구성원의 변화 의지 부족’이 전체 응답 건수의 33.3%를 차지했다. 이어 ‘고객지향 마인드 부족’(23.4%), ‘지나치게 많은 직원 수’(11.9%), ‘유능한 CEO의 부족’(11%) 순이었다.
지식경제부 산하 D공기업의 E 비상임 이사는 “D사가 인원 조정을 하는 것을 지켜보며 노조를 중심으로 개혁을 받아들이지 않는 구성원을 설득하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며 “공기업 구성원들의 변화 의지가 뒷받침되기 전에는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건 무척 힘든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임금 수준에 대해선 비상임 이사 중 5.5%가 ‘매우 높다’, 73.4%가 ‘높다’고 답했다. ‘적당하다’는 대답은 21.1%에 그쳤고 ‘적다’는 대답은 없었다.
○ “공기업 민영화도 추진해야”
비상임 이사들은 공기업의 민영화에 대부분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기간산업(전력, 수자원 등) 이외 부문의 공기업은 민영화’는 79.4%, ‘가능한 한 전부 민영화’는 5.6%였다. 반면 ‘민영화는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15%(16명)에 그쳤다.
금융권 공기업의 비상임 이사인 F 씨는 “처음 설립할 때 목적이 이미 달성됐거나 민간 영역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권 공기업들도 있다”며 “업무 영역 중 민영화할 부분은 과감히 민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도 “민간 기업에 비해 평균 인건비가 11% 정도 높고 경영 효율성은 훨씬 떨어지는 만큼 공기업 민영화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