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지역 계속 잠만 잘까

  • 입력 2008년 12월 14일 21시 24분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주택을 짓고 산업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경기 과천시, 부산 강서구 등에서 개발제한구역 해제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해 개발제한구역이 풀려도 부동산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다, 개인은 물론 기업도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토지 시장도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매수세가 실종된 상황이다.

●얼어붙은 토지시장

"그린벨트 해제 발표가 난 후 매물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토지거래는 올해 봄에 1건 한 게 전부예요."

과천시 원문동 오렌지부동산컨설팅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인근에 있는 부동산뉴스공인중개사 대표도 "과천에서 3.3㎡당 250만~300만 원 정도 하던 땅이 지금은 160만~190만 원까지 내려갔다"며 "그래도 사겠다는 사람은커녕 문의 전화조차 없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 녹산동의 한 중개소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 인근 땅값이 올해 초에 비해 10% 이상 떨어졌다"며 "급매물로 3.3㎡당 40만 원인 땅을 35만 원으로 낮춰서 내 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토지 거래가 실종된 데에는 경기 침체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주택가격이 30% 이상 하락하고 있어, 땅을 개발해 수익을 내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린벨트해제 지역이 보금자리 주택 등 공공의 목적으로 개발돼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한 건설사의 개발사업본부 임원은 "서울 주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개발제한구역 및 인근 지역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해제된 개발제한구역에 임대아파트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적다"며 "개발제한구역은 수용 가격이 낮아 오래 전에 매우 싼 값에 땅을 사 놓지 않은 이상 투자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과거 같은 급반등 힘들 것"

부동산전문가들은 앞으로 토지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고, 회복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영향은 과천시, 고양시, 하남시 등 서울과 가까운 지역에 한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 이외 지역은 정부가 대규모 개발을 진행하는 곳, 전철이나 철도가 개통되는 등 뚜렷한 호재가 없는 한 과거처럼 개발제한구역 해제로 인해 땅값이 들썩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 요건이 강화되고 있어 개발제한구역과 인근지역은 투자보다는 전원주택을 짓는 등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지방 토지는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 낮은 가격으로 인한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인석 부동산칼럼니스트는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나섰기 때문에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지방 경기를 활성화할 대책을 내 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에 토지 가격이 계속 하락해 바닥에 근접하면 미래 개발 가치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매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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