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다, 개인은 물론 기업도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토지 시장도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매수세가 실종된 상황이다.
●얼어붙은 토지시장
"그린벨트 해제 발표가 난 후 매물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토지거래는 올해 봄에 1건 한 게 전부예요."
과천시 원문동 오렌지부동산컨설팅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인근에 있는 부동산뉴스공인중개사 대표도 "과천에서 3.3㎡당 250만~300만 원 정도 하던 땅이 지금은 160만~190만 원까지 내려갔다"며 "그래도 사겠다는 사람은커녕 문의 전화조차 없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 녹산동의 한 중개소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 인근 땅값이 올해 초에 비해 10% 이상 떨어졌다"며 "급매물로 3.3㎡당 40만 원인 땅을 35만 원으로 낮춰서 내 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토지 거래가 실종된 데에는 경기 침체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주택가격이 30% 이상 하락하고 있어, 땅을 개발해 수익을 내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린벨트해제 지역이 보금자리 주택 등 공공의 목적으로 개발돼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한 건설사의 개발사업본부 임원은 "서울 주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개발제한구역 및 인근 지역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해제된 개발제한구역에 임대아파트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적다"며 "개발제한구역은 수용 가격이 낮아 오래 전에 매우 싼 값에 땅을 사 놓지 않은 이상 투자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과거 같은 급반등 힘들 것"
부동산전문가들은 앞으로 토지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고, 회복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영향은 과천시, 고양시, 하남시 등 서울과 가까운 지역에 한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 이외 지역은 정부가 대규모 개발을 진행하는 곳, 전철이나 철도가 개통되는 등 뚜렷한 호재가 없는 한 과거처럼 개발제한구역 해제로 인해 땅값이 들썩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 요건이 강화되고 있어 개발제한구역과 인근지역은 투자보다는 전원주택을 짓는 등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지방 토지는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 낮은 가격으로 인한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인석 부동산칼럼니스트는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나섰기 때문에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지방 경기를 활성화할 대책을 내 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에 토지 가격이 계속 하락해 바닥에 근접하면 미래 개발 가치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매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