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보안’… 직원 동선 GPS로 파악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2시 59분


최근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소 23층에서 미주 CDMA 개발팀 연구원들이 새 휴대전화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최근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소 23층에서 미주 CDMA 개발팀 연구원들이 새 휴대전화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수원 매탄동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소 르포

《글로벌 경기 침체로 휴대전화 시장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메릴린치, JP모간,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 투자은행들은 내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 대해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다.

신제품 개발 현장은 불황기일수록 더욱 바쁘다. ‘더 싸고 더 좋은’ 제품으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자극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애니콜’의 선전(善戰)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올 3분기(7∼9월) 세계 시장점유율은 17.1%로 올랐고, 북미에서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진출 11년 만에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외부전파 완벽 차단속 신규 모델 테스트 거듭

“스피드가 경쟁력… 프로젝트 끝이 또다른 시작”

최근 찾아간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산실(産室)인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정보통신연구소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신제품 개발에 여념이 없었다.

○ 철통 보안 속 연구 열기 가득

수원 삼성단지에서 ‘R3’로 불리는 25층짜리 정보통신연구소는 38층의 디지털연구소 ‘R4’와 마주하고 있다. 미주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개발팀은 ‘R3’의 23, 24층을 쓴다.

김민석 책임연구원은 23층 블루투스 측정기 앞에서 전파그래프를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올해 미국에서 출시된 메시징폰 ‘란트’와 풀터치스크린폰 ‘인스팅트’를 대상으로 성능 시험을 하고 있었다.

다른 연구원들은 외부 전파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실드룸(Shield Room)’에서 새 모델의 성능 테스트에 열중하고 있었다. 물론 시험 대상은 비밀. 이 층에만 10여 개 실드룸이 있다.

신(新)기술의 요람인 만큼 보안은 필수다.

장비 종류나 배치도, 인력 규모 등이 노출되지 않게 사진 촬영을 제한한다. 직원 휴대전화에는 연구소에 들어서면 카메라 기능을 쓸 수 없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깔려 있다. 직원 출입카드에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센서가 있어 중앙보안센터에서 직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외부인 출입이 까다로워 연구소 1층 로비는 개발팀을 만나러 온 협력업체나 통신업체 관계자들로 붐빈다. 10여 개 회의실도 빈 곳을 찾기 힘들어 예약을 하고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 샴페인 터뜨리기엔 이르다

올해 초 미주 CDMA 개발팀이 정한 슬로건 ‘기술 혁신을 선도하라, 북미시장 1위’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사무 공간 한쪽 벽에 있었다. 3분기만 따진다면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이상업 하드웨어그룹장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터프 마켓”이라며 “개발 초기 단계부터 소비자와 통신사업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올해 6월 출시된 인스팅트는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비교적 고가(高價)이지만 예약 판매 30만 대를 포함해 150만 대 이상 팔려나갔다. 인스팅트는 지난해 9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3위 통신사업자 스프린트와의 임원급 기술 회의에서 논의된 뒤 전사적 역량을 쏟아 만든 제품이다.

삼성 측 개발인력 100여 명 중 30명 정도는 스프린트 본사가 있는 캔자스시티에 상주했다. 스프린트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처음으로 30∼40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차명식 수석연구원은 “발전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얼마나 신속히 제품을 출시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며 “10개월 만에 인스팅트 개발에 성공한 것은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의사결정 시간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 제패의 주역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 그룹장은 “북미에서 이제 겨우 한 분기 1위를 했을 뿐”이라며 “개발팀에는 한 프로젝트가 끝나는 순간이 바로 다른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수원=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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