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코리아” 최일선 부산 대한항공 복합제작소 가보니…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부산 강서구 대저2동 대한항공 테크센터 ‘B787 공장’에서 직원들이 금속 틀에 얇은 탄소·유리복합섬유를 넣어 항공기 부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항공
부산 강서구 대저2동 대한항공 테크센터 ‘B787 공장’에서 직원들이 금속 틀에 얇은 탄소·유리복합섬유를 넣어 항공기 부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항공
부품 납품 넘어 민항기 제작 꿈꾼다

공예품 만들듯 섬세하게 작업… 일부부품 보잉에 팔아

‘또 다른 날개’ 항공우주산업은 소형기 시장까지 노려

부산 강서구 대저2동 대한항공 테크센터 민항기 제조공장.

보잉 B787 복합제작소에 들어서니 흰 가운을 입은 직원 10여 명이 장갑을 낀 손으로 각자 금속 틀에 정성스레 얇은 종이를 붙이고 있었다. 공장이라기보단 공예품을 만드는 작업실 같았다.

겹겹이 금속 틀에 붙여진 종이는 탄소·유리복합섬유. 부품 종류에 따라 최대 63겹까지 붙여진 섬유는 대형 드럼통 속에서 6∼8시간 고압과 고열을 받아 비행기 동체(胴體)를 이루는 부품으로 태어난다.

대한항공은 이곳이 차세대 항공산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 항공기는 탄소·유리복합섬유 부품의 비율을 늘리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창효 대한항공 민항기제조공장장은 “차세대 항공기는 탄소·유리복합섬유 부품 비중을 늘려 가볍고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비행기를 제작하려 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곳에서 생산된 부품을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에 납품하고 있다. B787 제작 참여로 대한항공은 연간 1억8000만 달러(약 2556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항기 부품은 1976년 설립된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담당한다. 보잉과 에어버스 등 대형 항공기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해 지난해 관련 매출이 2530억 원이었다.

대한항공과 함께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민항기 제조 분야에서 이름을 높이고 있다. 최근 에어버스의 A350 항공기 날개 구조물 납품 계약을 수주한 KAI는 올해 민수사업으로 약 2957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KAI는 부품 사업을 넘어 민항기 완제기 사업을 꿈꾸고 있다. 이경호 KAI 홍보팀 차장은 “2011년 소형민항기 시험기를 만들어내고 2012년 이에 대해 한미 항공안전협정(BASA)의 인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운송 강국으로서 한국 민항기 사업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한국은 지난해 여객운송 13위, 화물운송 5위 수준으로 앞으로 항공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시아의 여행과 교역 활성화에 따라 소형 비즈니스항공기에 대한 수요도 늘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소형기 시장은 앞으로 10년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비교적 투자액이 적어 시장 진입이 용이한 소형기 개발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국방의 중요성 때문에 그나마 군용기에 대한 정부 투자가 적극적인 편이지만 민항기 개발이 미흡한 편이다. 현재 한국 항공산업은 군수와 민수의 비율이 8 대 2 정도다.

조태환 경상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민간항공산업은 앞으로 국가의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가적 투자가 부족하다”며 “민간항공산업은 기복이 심하다는 특성을 감안해도 과감하게 뛰어들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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