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위기때 더 빛난다”

  • 입력 2008년 10월 27일 02시 58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본부가 있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삼성전자 디지털연구소의 출입구에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 관계자를 환영하는 ‘웰컴(welcome) 메시지’가 떠 있다. 매년 10월 이곳에선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거래처와의 회의가 하루 서너 차례 열린다. 아래는 디지털연구소 전경.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본부가 있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삼성전자 디지털연구소의 출입구에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 관계자를 환영하는 ‘웰컴(welcome) 메시지’가 떠 있다. 매년 10월 이곳에선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거래처와의 회의가 하루 서너 차례 열린다. 아래는 디지털연구소 전경.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불황 극복 현장

“해외매장 쇼핑객 30~40% 급감” 보고에 회의내내 심각

스피드-고급화 전략으로 2위 소니와 격차 더 벌일 계획

세계시장 1위인 삼성전자 TV 사업의 심장부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38층 빌딩인 디지털연구소에 있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본부. 이곳은 매년 10월 바쁘게 움직인다. 최대 쇼핑시즌인 4분기(10∼12월) 영업 현황을 점검하고, 다음 해 사업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때 미국 베스트바이, 서킷시티 등 세계 주요 전자제품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도 수원으로 몰려온다. 이들은 비밀장소에서 내년 TV 신제품을 살펴본 뒤 마케팅전략을 협의하고 구매량을 검토한다. 이런 회의는 한 달 내내 하루 3, 4차례 이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년에 소비 냉각이 예상돼 최근 회의 분위기는 긴장감과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

○ 얼어붙은 소비심리

“가전제품 쇼핑에 나설 발걸음조차 얼어붙었다.”

해외 유통업체와의 릴레이 회의를 마치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바이어들이 전한 현지 시장의 분위기에 대해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매장을 찾는 사람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0∼40% 줄었고, 구매 패턴도 저가(低價) 위주의 ‘짠돌이 쇼핑’이 많다는 것이다.

4분기 북미시장의 액정표시장치(LCD) TV 판매량도 디스플레이서치 등 시장조사기관의 전망보다 수십만 대 적은 950만∼1000만 대에 그치고, 성장률은 작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요 유통업체들은 재고량을 줄이는 데 혈안이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금융회사에서 운영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지자 재고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보수적 경영으로 돌아섰다”며 “이런 상황이 내년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헝가리, 폴란드 등 신흥시장으로 경기침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신흥시장의 화폐가치 하락이 주는 충격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매년 10월 말경 사업총괄별로 경영계획을 마련한 것과는 달리 올해는 경영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바람에 11월 중순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전략마케팅팀장 신상흥 전무는 “내년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며 “연간 매출 증가율 목표를 10% 미만으로 낮추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 대형 TV 통해 해외 상황 수시 체크

디지털미디어총괄 사무실 내부의 대형 TV 화면에는 해외지사와 법인별, 상품별로 주간 단위의 판매량과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그래프가 쉴 새 없이 표시됐다. 이 시스템은 베스트바이 같은 대형 유통업체와 실시간 연동돼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김영수 부장은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빠르게 대응하는 스피드가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전략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공개한 크리스털 로즈 디자인을 날렵하게 개선한 제품을 내년 초 선보일 계획이다. 이 디자인 제품은 동급 제품보다 평균 200∼300달러 비싸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삼성 LCD TV의 25%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미국시장 내 브랜드 프리미엄도 일본 소니, 파나소닉을 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스피드와 프리미엄 경쟁력을 내세워 내년에는 일본 소니와의 격차를 늘리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진짜 실력은 오히려 위기 때 빛난다”고 말했다.

수원=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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