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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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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2일 열릴 예정이던 대체투자위원회에서 대우조선 인수전 참여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개최를 취소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 포기나 철회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대우조선에 대해 투자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이 급변하고 변동성이 커진 만큼 더 좋은 매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다음 주 중 다시 대체투자위를 열어 참여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이번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 가운데 한 곳을 골라 최대 1조5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혀 인수후보 4곳 중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포스코, GS, 한화그룹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았다.
이들 세 기업은 국민연금과 손을 잡게 되면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컨소시엄 구성에 적극적이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 하는 것은 이번 인수전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로 인식돼 왔다.
인수 후보 기업들은 공식적으로는 국민연금이 없더라도 자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금융 시장 불안으로 자금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투자금 1조5000억 원이 빠지면 인수 후보 기업들의 자금 부담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민연금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전제로 자금 조달과 인수 전략을 수립해 놓았던 기업으로서는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국민연금의 인수전 철회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국민연금과의 컨소시엄 구성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한화가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화는 이미 국민연금이 다른 기업의 손을 들어 줄 경우에 대비한 계획을 세워 놓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국민연금과 컨소시엄 구성에 성공해 ‘포스코 대세론’을 확산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차질을 빚게 됐다. 하지만 주요 자금 공급처가 사라져 다른 기업이 가격을 높게 써 낼 가능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포스코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찌감치 해외에서 투자자를 물색해 온 GS로서는 어느 한쪽으로 분위기가 쏠리지 않게 돼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어느 기업의 손을 들어줄지 경우의 수를 따져서 시나리오를 준비했는데 전혀 예상 밖의 결정이 나왔다”며 “가장 큰 변수가 사라진 게 오히려 인수전 막판 새로운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