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인 엄마들 “한국 분유 어디 없나요?”

  • 입력 2008년 9월 27일 20시 07분


"한국 분유 벌써 다 팔렸나요?" "한국 우유는 어디서 파나요?"

중국산 유제품의 '멜라민 파동' 으로 안전한 분유, 우유를 구하려고 재중 한국인 엄마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특히 한국 엄마들이 신선하다며 선호하던 네이멍구(內蒙古) 지방 우유가 줄줄이 멜라민 검출 유제품 목록에 올라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네이버 인터넷 카페 '맘스홀릭' 에는 해외에 살고 있는 엄마들의 우려 섞인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재중 한국인 엄마들 뿐만 아니라 싱가폴, 호주, 일본 등 중국산 유제품이 판매된 나라들의 엄마들은 어떻게 안전한 유제품을 고를 수 있는지 정보를 주고받고 있는 것. '먹거리의 세계화'를 직접 목격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대형마트에서 추천한 싼루(三鹿) 분유를 구매했다는 필명 '지니맘(IDvickyw)'은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신장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국 분유를 구하기 어려웠던 한두달 가량 중국 분유를 먹였는데 혹시 탈이 날까봐 불안하다.

중국 둥관(東莞)에 살고 있는 '하음맘(ID shoesk)'은 13개월 아기에게 먹일 생우유를 구하지 못 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유명 회사 제품들이 줄줄이 멜라민이 검출되어서 아이에게 먹이던 광밍(光明) 요플레도 끊은 상태다. 한국 마트에서 두유를 조달해 먹이고는 있지만 영양상 문제가 있을까봐 걱정이다.

베이징(北京)에 살고 있는 '피오나(ID tsj0417)'는 "모유를 끊자마자 소꼬리 곰탕, 찐 감자로 우유를 대체하고 있다면서 칭다오(靑島) 한국 상점에서 분유를 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품이 입고되자마자 품절되어 한국 분유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가소리(ID coolsilvia)'는 한국 제품이 통관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광저우(廣州) 시내에서 파는 호주 및 프랑스 수입 완제품을 20일 주말에 박스로 사 왔다"고 말했다. 멸균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 중국 밖에서 아예 완제품으로 수입되는 것들만 골라서 구입했다. 모유를 계속 먹이겠다는 '용아맘(kendygi)' 같은 경우도 있다.

재중 한국인 엄마들은 한국에서 직접 해외 배송을 시키거나 직접 한국에 나가 공수해 오는 경우도 많다. 현재 '맘스홀릭' 중국 엄마들 게시판에는 실제 중국에서 파는 한국 분유는 가격이 1.5배 가량 되거나 가짜일 가능성도 높아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는 글이 계속 올라온다.

중국 뿐만 아니라 중국산 유제품이 원료 수출되거나 합작 형태로 생산된 싱가포르,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까지도 '멜라민 공포'에 휩싸였다.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만든 유명 N사, E, S사 제품들도 중국산 원료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살고 있는 '알콩달콩(ID nono05)'은 "우유 뿐만 아니라 과자 유제품도 왠지 먹기가 싫다" 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 했다.

해외 한국인 주부들을 멜라민이 함유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제품 목록들을 띄우고 해당 회사에 직접 문의하는 등 '멜라민 제품'을 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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