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국도 7호선, 그 바닷길엔 실크로드의 꿈이 …

  • 입력 2008년 9월 24일 02시 06분


아시안 하이웨이 ‘AH6’에 편입된 동해안길

재규어 XF SV8로 바람처럼 질주하다

《추석 귀성길에 경부고속도로 달렸던 분들. 혹시 ‘AH 1’이라는 낯선 도로표지를 기억하시는지. 그 옆에 ‘아시안 하이웨이’라고 쓰여 있지만 ‘고속도로에 웬 아시안 하이웨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법도 하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동해안의 국도 7호선(고성∼부산)에도 같은 표지가 있다. 이번에는 ‘AH 6’이다. 일반국도에까지 ‘아시안 하이웨이’라는 표지가 등장한다. 이쯤 되면 호기심이 발동될 만도 한데…. 그래서 인터넷을 뒤졌다. 그렇게 찾아낸 AH의 실체는 이렇다. AH는 아시아 대륙을 동과 서로 이어주는 횡단도로다. 총연장 14만1000km에 노선은 8개로, 32개국을 지난다. 이런 환상의 도로 네트워크를 주관하는 곳은 유엔. 그 프로젝트는 아태경제사회위원회(ESCAP)가 추진 중인데 아이디어가 멋지다. 기존 도로망을 연결해 ‘현대판 실크로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도 동참했다.》

21세기 실크로드를 꿈꾸는 아시안 하이웨이. 한반도는 거기서도 중요한 위치다. 8개 노선 중 2개가 우리 땅을 지난다. 그중에서도 AH 6은 우리 땅 대한민국이 시발점이다. 그곳은 부산. 그런데 AH 1도 사실상의 출발점은 부산이다. 공식적으로는 일본의 도쿄가 출발지다. 그러나 후쿠오카∼부산 구간이 해상루트(카페리)여서 대륙의 출발점은 부산이 된다.

부산에서 시작되는 AH 1과 AH 6. 출발은 같아도 루트는 판이하다. AH 1은 아시아 대륙 남쪽의 해안을, AH 6은 시베리아를 경유해 우랄산맥 서쪽으로 달린다. AH 1을 보자.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북상한 뒤 판문점을 통과해 신의주로 가서 중국 땅으로 간다. 그러나 AH 6은 동해안의 국도 7호선을 따라 고성(강원 및 북한)을 통과, 원산 함흥 청진을 경유해 라선 특급 시에서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진다.

종착점도 다르다. AH 1은 터키를 관통해 불가리아 국경에서 멎는다. 그에 반해 AH 6은 모스크바를 경유해 벨로루시 국경에서 그친다. 총 연장은 AH 1이 AH 6(1만475km)의 두 배쯤 되는 2만557km. AH 6의 총연장 1만475km는 미 대륙을 동서로 왕복한 거리다.

재규어가 새롭게 내놓은 야심작 ‘XF SV8’을 만나는 순간. 슈퍼차저를 장착한 8기통(4.2L) 420마력의 이 강심장으로 끝없이 뻗은 아시안 하이웨이를 질주하고픈 열망에 사로잡혔다. 세상의 동서를 새롭게 이어줄, 그래서 한국을 세계 굴지의 일류국가로 공고히 해줄 실크로드가 내 나라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에 약간의 흥분이 흠될 수는 없을 터. 그래서 힘차게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그날 내가 택한 루트는 AH 6에 편입된 국도 7호선의 동해안구간이었다. 강릉 가기 전 갈림목에서 연결된 동해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AH 6’이라는 표지판이 이따금 보였다. 목적지는 국도 7호선이 지나는 경북 울진군. 산과 바다가 두루 어울린 이곳은 대게와 송이, 그리고 한국 소나무인 금강송의 고장이다. 그리고 덕구와 백암이라는 고온의 질 좋은 온천수가 펑펑 쏟아지는 온천마을까지 갖춘 천혜의 휴양지다. 장시간의 드라이브 피로를 풀기에 울진만 한 곳은 없다.

국도 7호선은 한국의 도로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좋을 기막힌 ‘시닉 드라이브(Scenic Drive·경관도로)’다. 한편으로는 바다와 해변이, 그 반대편으로는 장중한 산악의 푸른 숲이 시야를 에워싼다. 교통체증도 없고, 트럭 같은 대형차가 시야나 차선을 가리는 일도 없다. 그런 통상의 장애물에서 해방돼 마음껏, 아니면 느긋이 달릴 수 있는 이 도로. 진정한 드라이빙의 매력을 아는 이만이 그 수고를 마다 않고 찾는 천혜의 드라이빙 코스다.

국도 7호선은 두 개다. 옛길과 새 길이 그것. 새 길은 직선화 공사로 얻은 국도의 뉴 버전인데 질주본능을 자극할 만큼 쾌적하다. 제한속도(시속 80km)가 엄연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칼질’(고속에서 급커브로 차량 사이를 재빠르게 빠져나가는 폭주운전) 않고도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릴 만한 구간도 의외로 많다. 울진∼호산(삼척)이 그렇다. 그날은 내게 역사적인 날이었다. 난생처음 시속 200km를 돌파해서다. 시속 200km는 내게는 ‘음속 돌파’와 같은 ‘한계’였다. 그걸 깼을 때의 짜릿함. 믿고 의지할 만한 차가 아니었다면 평생 시도해보지 못했을 난만한 숙제였다.

또 다른 국도 7호선은 ‘운치 짱’의 옛길이다. 마을마다 동리마다 옛길은 남아 있다. 때로는 해안절벽의 가파른 언덕을 넘고 때로는 백사장 곁 송림을 통과한다. 그중 백미는 삼척의 원덕(호산해수욕장)과 임원항을 잇는 구절양장 고갯길. 쉼 없이 다가오는 커브를 재규어 XF SV8은 부드러운 코너링으로 대차게 돌파했다.

강원 경북=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드라이빙 정보

◇루트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동해시∼국도 7호선∼삼척∼울진.

◇울진 관광정보

▽제7회 울진금강송 송이축제=26∼28일 울진읍 해변 엑스포공원 일대. 송이 따기 체험(오전 10시, 오후 2시), 울진금강송 생태탐방(오전 10시30분 출발). 산림녹지과 054-783-5119.

▽온천 △덕구온천=국내서는 유일하게 43도의 온천수가 자연 용출하는 온천. 호텔 덕구온천의 스파월드에서 즐길 수 있다. 054-782-0677 △백암온천=알칼리성 라돈 성분이 함유된 국내 유일의 유황온천. 주변에 대게축제가 열리는 후포항이 있다.

▽맛집 △파랑새 회 식당=망양정 해변(근남면 산포리). 054-783-1717 △남양숯불갈비=주물럭 불고기에 송이를 얹어 먹을 수 있다. 울진읍내. 054-783-2357 △충청도횟집=반쯤 언 육수에 만 물회를 낸다. 죽변항. 054-783-6651

▒차량 정보

◇재규어 XF SV8=콘셉트카 C-XF의 양산형 모델. 스포츠쿠페 스타일의 5인승 세단.

▽제원 △최고출력=420마력(rpm 6250) △최대토크=57.1kg·m(rpm 3500) △가속력(시속 0→100km)=5.4초 △표준연비=L당 7.6km △재규어드라이브 실렉터=레버 대신 세탁기 조절손잡이(원형)처럼 만든 변속장치. △재규어센스=원터치 방식의 스위치로 실내조명등, 글러브박스에 장착.

:아시안하이웨이 네트워크:

아시안 하이웨이의 8개 노선(총연장 14만km) 지도. 부산 시발인 AH6(총 연장 10,467km)는 국도7호선으로 북한 고성으로 간뒤 원산-함흥-청진-선봉-가산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연결, 중국의 하얼빈을 경유한 뒤 시베리아를 횡단해 모스크바로 가서 벨로루시 국경까지 연결.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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