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프라이스 도입 1년…정직해지는 남성정장 가격

  • 입력 2008년 9월 17일 02시 55분


거품 빼고 비정상적 할인 없애려 실시

6개 브랜드 정가 구입 1년새 53%p ↑

“성공적 정착 위해 중소브랜드 육성을”

롯데백화점이 남성 정장의 비정상적인 할인판매를 없애기 위해 정가를 평균 30% 내리고 정가대로만 판매하는 ‘그린 프라이스’를 도입한 지 1년이 됐다.

남성 정장은 정가 그대로 주고 사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거품이 많았다. 정가의 최대 60%에 이르는 가격 거품을 없앤다는 것이 이 제도 도입의 취지였다.

과연 소비자와 유통업계, 패션업계 3자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는지, 남성 정장 가격정찰제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 옷값 하락, 참여율 상승

국내 최다 점포를 가진 롯데백화점이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남성 정장 업체들은 신세계나 현대 등 다른 백화점 매장과 가두점에서 파는 제품 가격도 똑같이 낮췄다.

그린 프라이스가 도입되기 전 국내 남성 정장 한 벌 가격은 평균 85만 원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훨씬 높은 일본의 78만 원과 비교해도 더 비싼 게 현실이었다. 게다가 잦은 세일로 소비자들의 불신도 컸다.

정윤성 롯데백화점 남성 정장 팀장은 “남성 정장의 가격 거품이 백화점 상품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며 “남성 정장 업체와 유통업체 양쪽의 공감을 바탕으로 그린 프라이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유가 여파로 넥타이를 매지 않고 반팔 셔츠로 출근하는 쿨비즈(Cool Biz) 패션의 확산과 불경기의 영향으로 남성 정장 매출이 줄어 그 의미는 다소 퇴색됐다.

그러나 남성 정장 주요 6개 브랜드 구입 고객 가운데 정가대로 남성 정장을 구입하는 고객의 비중이 제도 도입 전 9.8% 수준에서 올해 8월 말에는 63.0%로 53.2%포인트 증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와 관련해 롯데 측은 제도 도입 1년 만에 소비자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얻었다고 자평한다.

남성 정장 업체들의 참여율도 지난해 8월 30%에서 현재 전 브랜드로 확대됐다.

○ 해외 브랜드 공세에 맞서려면

남성 정장 업체들도 그동안 남성 정장의 비정상적인 할인 판매에 대한 심각성을 절실히 느끼던 상황이었다.

2, 3년 전부터 국내로 속속 진출하는 해외 SPA(자라나 갭, 유니클로 등 생산부터 소매유통까지 직접 맡는 패션회사) 브랜드의 위협 속에서 제품 경쟁력이 아닌 가격으로 버티자면 업계 모두 자멸한다는 공감대도 적지 않았다.

니나리찌를 만드는 원풍물산 신영욱 전무는 “한국보다 패션 및 유통산업이 10∼15년 앞서는 일본에서는 일본 토종 남성 정장 브랜드가 2, 3개에 불과하고 해외 브랜드들이 독식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低價) 의류 공세에 채산성이 맞지 않아 사업을 포기한 업체가 지난 4년간 10여 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린 프라이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브랜드 파워가 다소 낮더라도 가격이 싼 중소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이 줄어든 남성 정장 브랜드 52곳에 각각 130만∼200만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19일 패션에 둔감한 남성 소비자들을 위해 의상 연출법과 그에 맞는 의상을 중소 협력업체와 함께 개발하는 ‘다비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지난해 남성 정장의 가격 거품을 제거한 그린 프라이스의 후속탄인 셈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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