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벽 넘어 相生의 노래

  • 입력 2008년 9월 10일 03시 07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9일 경기 화성시 활초동 롤링힐스 글로벌교육센터에서 공정거래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김익환 기아차 부회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박상용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국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 등이 공정거래 협약서에 사인을 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9일 경기 화성시 활초동 롤링힐스 글로벌교육센터에서 공정거래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김익환 기아차 부회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박상용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국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 등이 공정거래 협약서에 사인을 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기아자동차그룹
■ 대기업-中企 공정거래 협약

국내 자동차회사에 자동차부품을 공급하는 A중소기업의 B 사장은 지난해 말 큰 낭패를 당했다.

연말까지 부품 10만 개를 납품해 달라는 자동차회사 구매 담당 임원의 말을 듣고 생산설비를 늘리고 부품을 만들었는데 막상 납품을 하려고 하자 “5만 개만 납품하라”는 연락이 온 것이다.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전화로 발주를 받은 이른바 ‘구두(口頭) 발주’였기에 항의할 수도 없어 고스란히 손해를 보고 말았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의 역학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같은 ‘불공정 거래’가 앞으로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공정거래협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9일 경기 화성시 활초동 롤링힐스 글로벌교육센터에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10개 계열사와 주요 협력업체 대표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400여 개 협력업체와 ‘하도급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하도급법 등 관련 법규 준수 의지 및 공정거래 원칙 천명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3대 가이드라인 도입 △상생협력을 위해 협력업체에 자금 및 기술 제공 등이다.

박상용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국장은 “협약에는 원자재 가격 등을 반영한 하도급 대금 결정과 계약 체결 후 서면계약서 교부 등을 담고 있어 공정한 하도급 거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협약에는 협력업체에 100% 현금 결제, 100억 원 규모의 친환경차 개발 자금 지원, 경영혁신을 위한 300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 펀드 조성 등의 내용도 들어 있어 협력업체들에 당장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상생협력을 체결함에 따라 공정거래협약의 혜택을 받는 협력업체가 1만 개를 돌파하게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KT가 국내 최초로 이 협약을 체결한 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대기업의 상생협약 선언이 이어져 2차, 3차 협력업체 등 8263개사가 공정거래협약의 혜택을 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들은 각각 협력업체와 하도급공정거래협약(TCP)을 체결하고 하반기(7∼12월)에 1000억 원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4월 56개 하도급 사업자들과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납품단가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하도급공정거래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갑(甲)’과 ‘을(乙)’로 표현되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동반자 관계로 재정립될 것으로 중소기업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협력회장인 이영섭 진합 대표는 “이번 협약 체결로 2400여 협력사가 현대차그룹과 함께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통해 창조적인 공존이 가능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화성=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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